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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전격 지명수배]파병 둘러싼 극한 보혁대결 우려탓

입력 | 2003-10-01 23:52:00


사법당국이 1일 11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에 전격 착수한 것은 이라크 전투병 파견 등 주요현안을 의식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이라크 파병 결정을 위한 조건을 언급하는 등 파병논의가 본격화한 시점에 취해졌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이번 추가파병을 놓고 벌어질 보혁대결이 극한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한총련 사법처리라는 카드를 꺼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 봄 이라크 의무병 파견 논란과 관련해 빚어진 극심한 보혁대결 국면에서 거리 투쟁으로 나선 주력은 한총련이었다.

이번에 당국의 사법처리가 본격화될 경우 한총련의 반발이 확실시된다. 한총련 관계자들은 이미 사법당국의 소환요청을 거부했으며, 앞으로 사법처리 방침에 강경대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법당국은 파병 결정을 위한 사전 조치라는 관측을 극구 부인하고 사법처리가 ‘이미 예정됐던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무부 검찰 경찰 등 사법당국 관계자들은 일제히 “11기 한총련에 대해 출범 때부터 이적단체로 규정했고 사법처리가 불가피함을 누차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이 이미 한 달여 전 결정됐으며 추석 이전에 집행하느냐, 이후에 하느냐라는 논의를 거쳤을 뿐”이라며 “시기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미군 사격장 기습시위 등이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한총련을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이는 정부가 7월 25일 “한총련 수배자가 자진 출두하면 관용을 베풀겠다”고 발표한 이후 수배자 54명 중 자진출두한 33명을 전원 불구속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사법당국은 특히 올해는 한총련 지도부 중 사법처리 대상자를 예년에 비해 크게 줄이는 등 나름대로 ‘관용’을 베풀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10기 한총련의 경우 130명이 사법처리 대상이었으나 올해는 46명에 그쳤다는 것.

당국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총련 간부들에 대한 전격 지명수배와 출두 요구는 그러한 조치가 나온 시기상의 미묘함으로 인해 파병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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