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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세이]진세훈/美人은 거울에 매달리지 않는다

입력 | 2003-07-21 18:52:00


최근 영화 미녀삼총사에 출연한 여배우 데미 무어가 5억여원(40만 달러)을 들여 전신(全身)성형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세 아이의 엄마인 40대 중반의 그가 영화에 걸맞은 매혹적인 악녀로 변신하기 위해 맞춤형 성형수술을 했다는 것이다.

데미 무어는 이처럼 확실한 목적을 갖고 전신을 전문의에게 맡겼지만, 요즘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무조건 확 바꾸길 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직접 거울을 들고 분석한 내용대로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의사의 동의를 구할 뿐이지 의사의 분석과 의견은 별로 원치 않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상당수가 전문가와는 다른 요구를 하곤 한다. 가령 ‘코가 낮으니 많이 높여 달라’고 주문할 경우 의사가 보기에는 정면에서는 약간 낮아 보이지만 측면에서는 오히려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럴 땐 코를 조금만 높이거나 턱과 이마의 조화를 위한 수술이 필요하다. 의사가 측면의 모습을 설명하고 코 수술보다 턱 수술을 하라거나 코와 턱을 동시에 수술해 얼굴 전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하면 돈 벌기 위해 ‘끼워 팔기’ 하는 장사꾼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가. 첫째, 아무리 열심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분석해도 코와 눈 등 부분이 아니라 얼굴 전체의 균형을 보기가 쉽지 않다. 둘째, 얼굴 정면은 분석해도 측면은 분석하기 어렵다. 정면을 보는 사람은 마주앉은 한 사람뿐이고, 나머지 99명은 측면 등 다른 모습을 보고 있다. 미인이 되고 싶으면 다수가 보는 쪽에 걸어야 한다. 셋째, 거울을 오래 들여다보면 자기도취나 자기비하에 빠진다. 절대 오래 보지 말아야 한다. 그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 전문가의 객관적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요즘 신문을 보면 이런 성형 상담과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는 듯하다. 정부는 당당하게 확 바꾸겠다며 코드 맞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경륜과 능력 있는 전문가들이 빠진 그 결과는 ‘아마추어리즘 정권’이라고 비난받고 있는 현실이 잘 말해준다.

필자도 젊은 시절 쌍꺼풀수술 하나 해 주고 클레오파트라를 만들어낸 듯 기고만장한 적이 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기도 했으나 경력이 쌓여 갈수록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게 돼 자신감이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수련의 시절 모 교수님은 수술 전후 꼭 기도하라고 당부했는가 보다. 부족함을 느껴야 채울 것이 보이는 법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들만으로 팀을 이루는 것은 거울을 들고 자기 얼굴의 정면만 보는 것과 같다. 정면은 한 사람만 볼 뿐, 나머지는 모두 옆모습, 심지어 뒷모습을 본다. 정면은 덜 만족스러워도 대부분이 쳐다보는 측면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성형수술 하는 사람들이나 나랏일 하는 사람들에게 “전문가에게 모두 맡기고 관여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결정권은 수술 받는 사람이나 나랏일 맡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의 지식은 전문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시행착오에 의해 교정된 오랜 축적의 산물인 것이다. 데미 무어도 전신 성형을 받으면서 전문적인 영역은 전문의에게 맡겼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전문가의 지식을 지혜로 인정하고 써 주면 좋겠다.

진세훈 성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