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봄비가 잦다. 빗방울 사이로 나무는 연한 파란 색의 순을 연신 내민다.
잦은 봄비가 혹시 농작물에 해가 되지 않을 까 걱정이다.
모내기철이 시작됐다. 모내기를 위해 못 물을 풀어놓으면 개구리 소리가 천지를 가르며 퍼진다. 올챙이들이 언제 개구리가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이상하게도 모내기 때가 되면 개구리들이 일제히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울어댄다.
밤에 듣는 개구리들의 합창소리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웅대한 오케스트라다.
논농사는 재미있는 면이 있다. 논농사는 졸졸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논두렁에 잠시 앉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쉬기도 하고, 가족들과 참을 함께 들며 수고로움을 덜 수도 있다.
논에서 피를 뽑다 보면 잠자리나 나비 같은 곤충들이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고 너풀너풀 날아와 몸에 앉기도 하고, 또 그냥 무심히 날아간다.
그들은 노동에 열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결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터득하였다.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그들에게 선사한 능력의 소산이다.
얼마 전 법무부 차관과 대검차장까지 역임한 분이 꼭 한번 나를 만나자고 했다. 공직자로서 유난히 강직하고 정의로웠지만 성품은 아주 인자하고 부드러워 내가 평소 존경하던 분이었다. 서울에서 만난 그 분은 불쑥 내게, ‘자신도 나처럼 경주에 가서 농사나 지으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부귀영화를 다하고 경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분이 그런 말씀을 한 게 아주 뜻밖이었다.며칠 후 그 분은 직접 경주로 내려와 여러 곳을 둘러보며 즐거워 했다.
나는 자연과 우주에 맞추어 그 철리를 조금씩 나름대로 깨달으며 살다 가는 게 우리 인생 이 아니겠냐며 경주에 와서 사시기를 진심으로 권했다.
2박 3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그 분은 떠났다. 그 분이 어떤 결정을 할 지 모른다.
그 분과 함께 했던 짧은 시간이 애틋함으로 아직 가슴에 남아 있다.
신평 대구가톨릭대 교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