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국에 온 필자는 이집트와 한국의 비슷한 점 두 가지를 발견하고는 아주 놀랐다. 두 나라가 지정학적으로 요충지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은 한반도를 통해 태평양으로 뻗어가고, 이집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세 대륙을 연결한다. 이 같은 위치 때문에 양국 모두 수천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외국의 침략도 많이 받았다.
필자가 놀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외국 문화에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문화에 오랫동안 영향을 받아온 한국에 그렇게 많은 기독교인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종교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없다는 점이다. 불교와 유교를 믿는 사람들도 많지만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서로 다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집트도 그렇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집트가 이슬람교 일색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이집트에서 이슬람교는 도입 이후 1400년 동안 기독교와 공존해왔다. 열 명 중 한 명은 기독교인이다. 이집트 외무장관과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부트로스 갈리도 기독교인이었다. 예수는 4세 때 이집트로 건너와 성장했기 때문에 곳곳에 유적들이 남아 있는데 이곳들은 ‘성스러운 장소’로 보존되고 있다. 그래서 이집트에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못지않게 이런 유적을 보려는 기독교인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는다. 카이로 구(舊)시가지에는 기독교 교회와 이슬람교의 모스크, 유대인 공회소인 시나고그가 공존한다.
일부 한국인에게는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이 있는 듯하다. 대표적인 것이 이슬람교를 한 손에는 코란, 다른 손에는 칼을 든 호전적인 종교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슬람교의 상징은 칼이 아닌 올리브 가지이며 평화를 뜻한다. 이슬람교도 모세와 예수를 선지자로 인정하고 있다.
필자가 놀란 다른 하나는 한국이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평화협정도 아닌 휴전협정으로 50년간 평화를 유지해온 점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표정에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찾아볼 수 없다. 이집트도 마찬가지다. 중동 하면 불안한 곳, 툭하면 테러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집트에서는 1997년 이후 단 한 건의 테러도 발생하지 않았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테러를 벌이는 세력은 오사마 빈 라덴 같은 극소수의 광신도들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86년부터 이 같은 세력의 부상을 세계에 경고해왔으며, 이집트 내에서는 92년부터 4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 테러 세력들을 뿌리 뽑았다.
한국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듯 이집트는 79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 이스라엘과 평화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두 나라의 평화는 곧 세계의 평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양국은 숙명적으로 같은 운명을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
▼약력 ▼
1960년 생. 1982년 카이로대 졸업. 84년부터 카이로에 있는 호텔 메나 하우스 오베로이에서 부지배인으로 활동. 이후 미국 인도 독일 등지에서 관광학을 수학. 94년 이집트 관광청의 프랑크푸르트 사무소 부소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한국·동남아시아 소장으로 부임.
모하메드 캐나위 이집트 관광청 한국·동남아시아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