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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인터넷]"정보의 바다엔 외딴 섬 없어요"

입력 | 2003-04-07 19:03:00

전남 신안군 홍도분교 전산실에서 5학년 수업이 한창이다. 어린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으면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사진제공 KT


《2600만명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대국’ 대한민국. 이제 디지털은 현대인의 거부할 수 없는 생활조건이다. 인터넷은 매우 강력하며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시간이 갈수록 그 영향력과 활용도가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역작용도 만만찮다.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음란의 바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유해정보들은 우리 자녀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접속’이 아니라 ‘무방비 노출’이다. 이 밖에도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개인정보 유출, 바이러스 피해, 상업성 스팸메일, 질 낮은 콘텐츠, 정보격차(digital divide) 등 폐해가 하나둘이 아니다.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인터넷의 부작용을 줄이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유용한 도구로 되돌려놓는 방법이 없을까? 수준 높은 문화의식,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리. 오전 7시50분 목포항에서 시속 60㎞의 쾌속선을 타고도 2시간30분이나 걸렸다. 전날 오후 4시 김포공항을 출발한 것까지 따지면 약 18시간 만이다.

선착장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10분쯤 언덕을 오르니 조그마한 학교가 나타났다.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 부설 유치원까지 다 합쳐도 학생이 50명이 채 안 된다.

그러나 수업이 한창인 학교 전산실에 들어서자 기자는 눈을 의심해야 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린 10여대의 최신형 컴퓨터를 앞에 두고 5학년 어린이들이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온 낯선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 어린 눈초리도 잠시, 어린이는 어린이었다. 인터넷을 어떻게 쓰는지 묻자 재잘재잘 저마다 한마디씩 쏟아냈다.

“재밌어요. 숙제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어요.”

“수업 끝난 뒤에도 남아서 더 하고 싶은데 선생님이 자꾸 집에 가래요.”

몇몇은 컴퓨터에 저장된 자신의 디지털 사진을 보여 주며 으쓱해 했다. 방학 때 목포시에 나갔다가 PC방에 설치된 카메라로 찍어서 자신의 메일로 전송했다고 한다.

홍도에 초고속 인터넷이 들어온 것은 석 달 전인 올해 1월. 목포 양을산 꼭대기에 있는 중계소를 떠난 전파는 도초도와 흑산도에 설치된 중계소를 거쳐 홍도로 들어온다.

바닷길을 따라 어렵사리 들어오지만 인터넷은 불과 몇 달 만에 어린이들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1구와 2구, 두 마을에 14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곳 홍도에는 학원이 없다. 넓은 길이 없어 차도 못 다니고 평평한 땅도 찾아보기 힘들다. 바다를 빼면 아이들의 놀이터라고는 학교 운동장과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전부.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육지와 ‘접속’하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이날 저녁 집에서 만난 6학년 화현이는 지난달 서울로 전학 간 친구 기쁨이, 담양으로 학교를 옮긴 안진우 선생님 등과 주고받은 e메일을 보여줬다. 홍도 어린이들은 6년 내내 같은 반에 있기 때문에 형제만큼 친하다. 화현이는 “기쁨이가 e메일로 잘 있다는 소식을 보내 와서 참 좋았다”라며 얼굴을 붉혔다.

인터넷은 홍도 사람들의 경제생활도 바꿔 놓을 참이다.

부모님이 횟집을 운영하는 이웅진씨(22)는 몇 해 전부터 인터넷에 홍도와 자신의 가게를 알리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화선에 접속해야 했던 그에게 초고속 인터넷은 복음. 이씨는 “모뎀으로 할 때는 사진 한 장 올리는 데도 한 시간 가까이 걸려 일단 걸어놓고 나가서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진과 답글을 더 자주 올리면 더 많은 손님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몇 달밖에 안 됐지만 홍도에도 ‘인터넷의 그늘’은 어김없이 있었다. 이씨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광고성 스팸 글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화현이 어머니인 김애란씨(37)는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희한한 메일이 너무 많이 온다”면서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볼까 정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음란메일과 광고메일 이야기였다. 그는 컴퓨터를 부엌 옆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었다.

최근 이곳에 부임한 한 교사는 “사회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중국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해 검색엔진에서 ‘만리장성’을 쳐 넣었다가 깜짝 놀랐다”고 털어 놓았다. 포르노 사이트만 엄청나게 올라왔다는 것.

초고속 인터넷이 일찌감치 보급된 주변 섬에선 주식 붐이 크게 일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섬사람들도 주식에선 도시 사람과 똑 같았다. 조금만 접속이 안 돼도 바로 전화국에 전화를 해 화를 낸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목포로 돌아오는 배에서 반짝거리는 바다를 보면서 기자는 빌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해로운 정보가 섬사람들의 순수함을 물들이지 않기를, 외지 사람들이 들락거려도 늘건강함을 지켜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꿋꿋하기를….

홍도=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참여기업-기관▼

▽공동주최사(15개)=KT KTF 데이콤 하나로통신 다음커뮤니케이션 NHN 드림위즈 영진닷컴 야후코리아 하나로드림 엠파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프리챌 네오위즈 SK커뮤니케이션즈

▽공동주최기관(5개)=정보보호실천협의회 개발연구협의체(CODS) 학부모정보감시단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한국사이버감시단

▽후원=정보통신부

▼참여업체 CEO 한마디▼

▽KT 이용경 사장=사이버 테러에도 끄떡없이 견디는 튼튼한 인터넷망은 국방과 같은 공공재입니다. 이번 캠페인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KTF 남중수 사장=인터넷은 사이버 공간을 넘어 거리로, 전철역으로, 레스토랑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건강한 무선인터넷을 위해 모바일 전문업체 KTF도 나서겠습니다.

▽데이콤 박운서 회장=이 같은 캠페인을 시작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뜻 깊은 일입니다. 데이콤 임직원은 깨끗하고 바람직한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하나로통신 이인행 대표이사=정보화의 역기능을 묵인해서는 안 됩니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솔선수범해야 세계의 인터넷 환경도 건강해집니다.

▽NHN 이해진 사장=더 나은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관련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에 대한 범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가 됐습니다.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오프라인의 생활에서 사람들은 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서로 불편하지 않기 위해 행동을 조심합니다. 사이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영진닷컴 이문칠 회장=양적인 성장은 세계 최고 수준 입니다. 이제 질적인 성장을 꾀할 때입니다. 수준 높은 한국 문화를 인터넷에서도 꽃 피웁시다.

▽야후코리아 이승일 사장=각자의 이익을 잠시 접고 함께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기울이는 지금의 작은 노력이 후손들에게 살기 좋은 사이버 세상을 남겨 줄 것입니다.

▽하나로드림 안병균 사장=IT기업들이 아무리 기술적인 노력을 기울여도 인터넷의 역기능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우리 스스로 문화의식을 높여야 할 때입니다.

▽지식발전소(엠파스) 박석봉 사장=엠파스는 그동안 스팸메일 근절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네티즌과 업체의 참여 없이 스팸메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고현진 사장=우리 아이들의 IT경쟁력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인터넷을 주는 것, 우리의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

▽프리챌 우지형 사장=우리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인터넷의 자율정화기능을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작은 노력은 네티즌과 함께하면 반드시 결실을 볼 것입니다.

▽네오위즈 박진환 사장=인터넷이 건강해야만 앞으로 전개될 사이버 세상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마음을 모아 노력하지 않는 한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서진우 사장=인터넷세상은 자유와 개방성이 살아 있는 청정해역이어야 합니다. 음란정보, 불법 스팸메일 등 ‘오염물질’을 없애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취재팀▼

김태한(팀장) 공종식 나성엽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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