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의 끈을 잇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나종일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를 만났다는 뉴스 자체는 나쁜 소식은 아니다. 그만큼 남북대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 노력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북한과 미국의 대립은 우발적 무력충돌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핵과 북-미 관계에 대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북측에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할 수만 있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목적의 대화라면 숨어서 할 이유가 없는데 또 남북이 비밀리에 만났다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나 보좌관이 비밀접촉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권유까지 무시하며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은 더욱 유감이다. 베이징 접촉이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데도 당사자가 함구로 일관하면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북한과의 비밀접촉은 노 대통령이 밝힌 원칙에도 위배된다. 노 대통령은 남북대화에 대해 “대내외적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참여를 확대하겠다”(취임사) “국민께 소상히 보고 드리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3·1절 기념사)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 스스로 새 정부의 첫 남북접촉이 의혹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비밀리에 북한과 접촉을 하고 그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킨 전임 김대중 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 출발은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베이징 비밀접촉의 경과와 내용을 밝히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지원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국민의 외침을 잊지 않았다면 머뭇거릴 필요도 없다.
더구나 남북간에는 이미 장관급 회담 등 다양한 채널이 구축돼 있다. 새 정부가 공식채널을 제쳐두고 비밀접촉을 하는 것은 남북이 함께 축적한 성과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이 이번 문제를 어떻게 풀지 전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