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보험사는 ‘나이롱환자’들을 장기 입원토록 한 서울의 4개 병원을 몇 개월째 조사하고 있다. 며칠만 치료받아도 될 환자들인데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엉터리 진단을 한 것.
건강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입원하면 감기와 같은 일반 질환은 하루 1만원씩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데 비해 위궤양 당뇨 심장질환 등 주요 질병은 5만원씩 지급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 환자들은 손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고 병원으로선 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그만이다.
보험 가입 후 부당하게 보험금을 받아내는 보험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범죄는 경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보험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는 연간 총보험금 지급액(11조원)의 10% 정도인 1조원이 보험범죄로 인해 누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얼마 전 부모와 동생 자녀 등 일가족 5명이 비슷한 시기에 보험에 가입한 뒤 1년 새 사고를 당했다며 모두 3억원의 보험금을 받아간 사실을 밝혀내고 보험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월 10여건이었던 이 회사의 보험범죄 조사건수는 올 들어 1월 19건, 2월 24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수입오토바이 대여업체가 오토바이를 빌려 타는 고객 및 정비업소와 짜고 사고가 난 것처럼 가짜 견적서를 만들어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보험범죄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은 보험범죄 조사를 전담하는 특수조사팀(SIU)을 만들어 보험금 허위 지급을 막고 있다.작년 10월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처음으로 SIU를 만든 삼성생명은 지금까지 23건, 12억원의 보험범죄를 적발했다. 이중 15건이 1000만원을 넘는 고액 범죄였다. 삼성생명 SIU 곽순관 실장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보험범죄 건수가 늘고 보험금 단위도 커지고 있다”며 “특히 20대와 30대의 범죄율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1998년 2684건 △99년 3876건 △2000년 4726건 △2001년 5749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는 2905건이 발생해 전년 동기 대비 16.1%가 증가했다.
하지만 적발금액은 매년 400억원 안팎으로 업계가 추산하는 연간 1조원의 4%에 불과하다.
손해보험협회 문형기 팀장은 “보험사기는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어 적발은 물론 통계조차 잡기 힘들다”며 “금융감독원에 보험사기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