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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정보맨 "아, 옛날이여 ∼" … 정보유통 영향력 줄어

입력 | 2003-02-04 18:22:00


공정공시제도가 도입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증권가의 ‘정보맨’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 증권사마다 정보의 수집 및 관리, 배포를 전담하는 직원들이 있었지만 이들 조직이 대폭 줄거나 ‘체질 개편’에 돌입한 것.

현대증권 오성진 차장은 “최근까지도 증권사 정보맨이 회사에서 좋은 대접을 받았지만 정보의 유통이 투명해지면서 이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정보맨들은 보통 투자정보팀 소속. 이들은 기업이나 주식과 관련된 공개 정보 외에 비밀스러운 정보모임을 통해 얻은 잡다한 뒷소문과 의혹들을 다룬다.

‘증권가 지라시’라고 불리는 정보지에는 정치, 언론, 재계, 검찰 등의 동향은 물론이고 때로 정치인과 연예인의 은밀한 관계, 유명인의 이혼설 등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자세히 담겼다.

이런 정보지는 정보맨들이 1주일에 한두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교환한 정보를 정리한 것. 소속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기업 탐방 등 과정에서 얻은 각종 정보를 공유한다. 대기업과 그룹 소속 정보맨, 전현직 정보업무 관련 공무원 등이 참석하는 모임에서 얻는 정보도 상당수라는 것이 정보맨들의 설명.

A증권사의 정보맨은 “과거 정보맨 모임은 증권가에만 5∼6개 이상 있었다”며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10여명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직접 나가지 않는 모임에서는 e메일로 정보지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활동을 하는 직원들이 크게 줄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정보맨은 물론 투자정보팀이라는 부서를 개편하거나 없앴다.

공정공시제도의 시행이 불법정보의 유통을 차단한 주요 원인. 공정공시 이전에 회사 관련 정보가 새나가는 경우 처벌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보 유출방지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인터넷과 메신저의 발달도 한몫했다. 증권가에서는 ‘미스리’나 ‘삼성FN’ 메신저를 통해 관심 있는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이런 정보 유통의 속도 변화가 오프라인상 정보지를 무력화시키는 것.

B증권사 정보맨은 “정보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정보가 리얼타임으로 시장에 뿌려지니까 정보지의 영향력이 예전과 다르다”며 “요즘 정보모임에 나가면 증권사 직원들의 성과시스템과 퇴직 등 내부 현안이나 농담 등만 주고받다 온다”고 전했다.

현대증권 오 차장은 “이제는 개인투자자도 전문투자자와 같은 시간에 같은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시대”라며 “이제는 정보를 남보다 먼저 얻는 능력보다 그 정보를 제대로 분석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