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의 에너지 사업 경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에너지 종가(宗家)’를 자처해온 SK와 LG는 물론 다른 대기업도 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거나 에너지 분야에 새로 뛰어들면서 불꽃이 튀고 있다.
▽한전 민영화 격전〓현재 입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전력 산하 남동발전의 매각에는 에너지 사업에 뜻이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투자의향서를 낸 것으로 확인된 기업은 SK㈜와 LG칼텍스정유, 포스코, 한화 관계사인 한국종합에너지 등 모두 10개사.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국내 에너지 관련 일부 중견기업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발전 매각은 순차적으로 추진될 한전 민영화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에너지 대전(大戰)’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한전의 나머지 4개 발전 자회사 외에도 가스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이 잇따라 민영화될 예정이라 대기업의 에너지 사업 ‘입질’은 더 활발해지게 됐다.
▽SK-LG의 종가 싸움〓특히 에너지 분야에선 SK와 LG가 치열한 패권 다툼을 하고 있다. 두 그룹은 정유 가스 등 에너지 분야 사업을 가장 많이 하면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여왔다. 에너지사업 전체를 놓고 보면 정유와 가스공급업에서 규모가 앞선 SK를 LG가 추격하는 양상.
SK는 전력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연료전지, 해외 유전개발, 광양에 100만㎾ 발전소 건립 등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새롭게 각축이 벌어지고 있는 발전부문에서만큼은 LG가 앞서 있다. 이미 충남 당진과 경기 안양에서 발전소를 운영중이다.
두 그룹은 한전 자회사에 이어 가스공사 민영화 인수전에서도 자웅을 겨룰 채비를 하고 있다.
중견기업으로는 대성 삼천리 등 에너지 전문업체들이 연탄사업에서 철수한 대신 해외 유전개발 등으로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에너지, 황금 사업인가〓포스코 삼성 한화 등도 에너지 분야에 새롭게 관심을 쏟고 있다. 포스코는 작년에 시작한 LNG 공급사업을 확대할 움직임이고 삼성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테크윈 등을 통해 석유수입과 시화공단 열병합발전소에 지분을 출자했다.
대기업들의 에너지 분야 경쟁은 무엇보다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 소비 업종이 많은 한국에서 에너지 분야는 향후 상당기간 연간 5% 안팎의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남는 자금을 활용할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업들이 고수익은 아니지만 착실하게 이익을 낼 수 있는 업종이라는 분석이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