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포장을 뜯는 재미에 있다는 말이 있다. 선물만큼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도 없다는 의미다. 받고 싶은 선물이 있고 주고 싶은 선물도 있다. 선물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을 모두 행복하게 만든다. 아내에게 바치는 꽃 한 송이는 주름진 얼굴도 꽃처럼 만든다.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도 거창한 선물이 아니다. 내의 한 벌, 심지어 전화 한 통에도 인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고마워한다. 선물은 곧 ‘내가 당신을 잊지 않고 자주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선물은 자주 할수록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그런데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선물은 뇌물이 될 수도 있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뇌물은 대가를 바라는 선물이다. 하나를 주고 열을 받겠다는 심보가 깔려 있는 선물이다.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투자다. 영어로 선물은 ‘gift’라고 하는데 같은 단어가 독일 말에서는 ‘독약’을 뜻한다. 뇌물은 곧 독약과 같은 선물이다. 비록 신(神)까지도 미혹시킬 수 있는 것이 선물이라고 하지만 현대를 사는 사람은 진정한 선물과 ‘독약’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야 오랫동안 선물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악(惡)은 원래 어두움을 좋아해서 ‘독약선물’도 은밀하게 거래된다. PD의 금품수수, 성(性) 상납, 대통령 아들들이 받은 현금 선물, 병역 면제의 대가 등 떳떳하지 못한 모든 선물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안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한나라 때 동래 태수 양진(楊震)이 말한 것처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아는데 왜 아는 사람이 없겠는가.’ ‘안심’이란 눈이 어두운 데서 나온 자기 위안일 뿐이다.
▷공무원이 받는 뇌물이 부정하다는 것은 모두 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부탁을 하면서 건네는 ‘정표(情表)’가 불법일 수 있다는 인식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경우가 MC 김승현의 “이렇게 큰 죄가 되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공무원, 비공무원을 가리지 않고 ‘힘있는 사람’이 청탁과 관련해 ‘과도한 선물’을 받으면 모두 법의 심판을 받는다. 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형법상의 뇌물죄, 배임수증재죄가 되든지 아니면 특가법상의 알선수재죄에 해당된다. ‘천금은 죽을 사람도 살리고 백금은 형벌도 피할 수 있다(千金不死百金不刑)’는 속담은 이제 바뀔 때가 되었나 보다.
배종대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대학장 jdbae188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