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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칼럼]더비 중의 더비– Super Clasico

입력 | 2002-07-22 15:32:00


축구 팬들을 열광시키는 것들 중에서 가장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소위 피가 끓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도 필자는 ‘라이벌 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위 ‘더비(Derby)’라고 일컬어지는 1년에 겨우 두 번 밖에 볼 수 없는 그런 경기 말이다… 더비 매치는 일반적으로 같은 도시에 연고를 둔 팀들끼리 벌이는 경기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범주를 넓혀서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같은 전통적인 리그의 라이벌 간의 경기도 ‘스페인 더비’라는 칭호를 붙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두 팀의 오래된 전통적인 대결은 ‘클래식 더비’라는 고유 명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각 리그의 전통적인 더비 매치는 이런 리그의 라이벌과의 경기만큼의 열기를 또한 지니고 있다. 최고의 명성을 지니고 있는 로마 더비(라치오 vs AS 로마), 밀란 더비(AC 밀란 vs Inter 밀란), 북 런던 더비(아스날 vs 토튼햄)가 벌어지는 날은 단지 해당 구단의 서포터들 뿐 아니라 전세계 축구 팬들이 긴장하는 날이 되었다.

‘더비 매치’가 벌어지는 날은 그 어떤 경기보다 그 열기와 긴장감이 뜨겁고, 축구의 어두운 면인 폭력이 난무하기도 하고 온 나라의 경찰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로마 더비의 웅장한 카드 섹션은 더비의 한 요소가 되었고, 숄 캠벨이 아스날로 이적이라는 엄청난 배신(?) 행위를 하고 ‘와이트 하트 레인’으로 돌아왔을 때 토튼햄 팬들이 날렸던 수천개의 ‘Judas’ 풍선은 있지 못할 ‘북 런던 더비’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듯 더비 매치의 모습은 그야말로 피를 끓게 하는 웅장한 모습을 연출 해 내어 언제나 그 열기가 뜨겁고 이 흥분은 서포터들 사이의 충돌로 비화되기 일수이다. ‘머지사이드 더비(에버튼 vs. 리버풀)’ 처럼 팬들이 섞여서 응원을 하는 아주 보기 좋은 모습이 연출되는 더비도 있지만 일반적인 더비의 모습은 ‘전쟁’과도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진짜 전쟁이 벌어지는 더비는 어쩌면 전 세계에서 단 하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유럽처럼 신사적인 관중 매너를 가진 곳의 더비는 이들의 배틀(battle)에 비하면 그야말로 스포츠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경기가 끝나면 몇 명씩 죽어 나가는 전쟁 상황이 연출되고, 총과 칼로 무장한 마피아가 주도하는 시가전이 벌어지는 더비 매치. 그래서 사람들은 이 도시의 더비를 “Derby of the Derbies” 또는 “Superclasico(슈퍼 클래식 더비)”라고 부른다...

바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최고의 팀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와 “리베르 플라테(River Plate)”가 1년에 두 번 벌이는 Buenos Aires Derby, “SUPER CLASIC!!!”

더비가 그 흥분을 더하는 이유는 오래된 지역의 라이벌 간에 생긴 감정의 골이 그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역에 따라 사회적 계급의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비가 정치성을 띄는 대표적인 경우는 이태리의 ‘밀란 더비’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인터 밀란이 ‘보수적인 가진 자들의 팀’이고, AC 밀란이 ‘자유주의적인 노동자’들의 팀이라는 것은 이제는 웬만한 유럽 축구 팬이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총리 베를리스코니가 AC 밀란을 돈으로 사들인 이후 이러한 과거의 도식적인 의미는 많이 상쇄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인테르와 밀란을 구분하던 이런 정치적인 의미는 과거의 그 뜨거움을 어느 정도 잃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더비는 그렇지 않다. 비록 이 두 팀의 지지 기반은 각 계층을 망라하고 있지만, 그들은 아직도 서로를 ‘돼지’와 ‘촌닭’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계급의식의 기반 아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카는 ‘노동자의 팀(the people’s team)’이고 리베르는 공공연히 ‘가진 자의 팀(the millionaire’s team)’으로 불린다.

사실 리베르와 보카 두 팀 모두 팀의 유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탄생을 주도한 이 항구 도시의 보카 지역에서 시작했다. 보카(Boca)는 스페인어로 ‘입’이라는 뜻으로 이탈리아 하층 이민자들이 거주하던 아르헨티나의 어머니와도 같은 지역이다. 그러나 리베르는 1938년 팀을 도시의 부유한 지역으로 옮겼고, 이 때부터 도시의 상류층을 위한 팀으로 각인되었다. 반면 보카 주니어스는 그 이름 그대로 ‘보카의 아이들’로 1905년 팀 창단 이후 가난한 이웃을 대변하는 팀으로 100년을 이어왔다.

리베르 팬들은 보카의 팬들을 멸시하기 위해 ‘돼지’라는 표현을 쓴다. 또한 이것과 더불어 ‘말의 똥’이라는 의미인 ‘bosteros’라고 부른다. 가난하고 지저분한 보카 지역을 빗대는 의미이다. 반면에 보카 팬들은 리베르 팬들을 ‘겁쟁이’라는 뜻으로 ‘닭들’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닭’이라는 별명은 1960년대부터 리베르에 사용되었는 데, 겁이 많아서 프레셔를 견디지 못하는 리베르라는 경멸의 의미가 담겨있다.

2000년 인터콘티넨탈 컵(일명 도요타 컵)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이기고 트로피를 안았을 때 보카의 서포터 송은 다음과 같이 시작되었다.(영어로 번역) ‘'Keep going Boca, we took home the cup that the chickens lost...'

서로를 멸시하는 것은 어느 더비 매치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들의 감정의 골은 매우 깊다. “진정한 보카 팬은 절대로 닭들과 친구 먹지 않는다”… 한 보카 팬의 말이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을 등에 엎고 있는 데다가 남미인들 특유의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인해 그 서포터들의 폭력성은 당연시 여겨지는 데, 이 두 구단의 서포터들을 더욱 살벌(?)하게 만드는 것은 서포터 조직이 ‘마피아’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자신들을 ‘Barras Bravas(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Brave Fans)’라 부르며 조직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들은 팀 운영에 까지 관여하며, 구단에서 나오는 지원금 이외에도 입장권 수익에도 관여하고, 마약 및 도박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서포터들이 드럼과 나팔, 깃발을 앞세우고 경기장으로 진군하는 속에서 ‘마리화나’에 취해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연유로 인해 ‘슈퍼 클래식’이 끝나고 나면 한 두 명 죽는 것은 예삿일로 여겨진다. 일례로 2001년 4월 ‘봄보네라(쵸콜릿 메이커가 스펀서인 보카의 홈 구장)’ 슈퍼 클래식에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병원으로 실려간 사람들은 셀 수도 없다)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소설가인 보르헤스는 ‘Football is calamity(재난)’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들의 축구에는 마약, 살인, 방화와 같은 극단적인 폭력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두 클럽의 팬들은 이런 서포터 조직을 매우 자랑스러워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이들의 모습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집결지에서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동안 이들 서포터 조직이 지나가는 곳에는 수 많은 부상자가 발생한다. 진군 행로에 상대방의 저지를 입은 팬이 보이면 그는 공격의 대상이다. 지나가는 차를 세우고 창문으로 상대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끄집어내어 집단 구타하고, 광기를 선동하기 위해 시범 케이스로 걸리는 사람은 같은 팀의 팬인 경우에도 공격의 대상이 된다. 대열의 많은 인물들이 마약에 취해 있으며, 잔인한 공격성을 가지도록 선동된다. 더비가 상대방의 홈에서 열리게 되면, 원정 서포터 입구는 오물로 뒤 덮힌다. 돼지들의 집에 또는 닭들의 집에 오줌을 갈기는 것이다. 잔인성을 과시하기 위해 양 옆구리에 대검을 차고 있는 인물의 모습이 보이고 전투를 위해 드럼에는 쇠심이 박히고, 검문을 피해 총을 소지하기도 한다. 실제로 슈퍼 클래식이 끝나고 거리에서는 총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아르헨티나는 총기를 신고하면 가질 수 있는 나라다. 물론 불법으로 소지하는 경우가 더욱 많지만…) 한 프랑스 기자는 ‘슈퍼 클래식’의 소감을 1968년 프랑스 학생 운동 이후 가장 긴장했던 순간이라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야 말로 ‘전쟁’에 다름아닌 것이다.

이런 모습들이 바로 ‘Derby of derbies’라고 불리는 ‘Super Clasico’의 모습이다. 비록 너무도 많은 폭력이 수반되지만 그 광기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비록 그것이 ‘마약’이라 할 지라도…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경기장에서, 거리에서 수 만 명이 함께 부르는 ‘오~ 필승 코리아’의 감동을 느껴보았다. 그리고 그 느낌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본 한국의 축구 팬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적’들의 진영을 마주하는 긴장감이 월드컵에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짜릿한 긴장의 파동을 느끼는 순간 어쩌면 당신은 당신의 마음 속에 숨어 있는 광기와 ‘조우(遭遇)’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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