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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DJ고향 해상도로 타당한가

입력 | 2002-05-13 18:49:00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목포 앞바다 신안군의 주요 섬을 해상교량으로 연결한다는 국도건설계획은 그 발상부터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경제적 타당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데다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고향이 바로 신안군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직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이 조금이라도 작용하여 이 계획이 입안되었다면 매우 한심스러운 일이다.

작년 8월 국도로 지정된 이 도로는 목포에서 출발해 김 대통령이 태어난 하의도 등을 거치며 20개의 해상교량을 포함한 78㎞ 길이로 1조8600억원의 자금이 들어간다. 국토연구원이 건설교통부의 의뢰를 받아 올 가을까지 공사 우선순위와 차로 등을 정할 예정이며 확정될 경우 2006년경에 공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한다.

건교부는 간선도로 소외지역에 대한 배려와 지역균형개발 등 국도지정기준에 부합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해상도로의 건설로 혜택을 보게 되는 지역 주민이 3만2000명 정도라면 과연 타당성 조사를 제대로 거쳤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략 1인당 6000만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인 한화갑(韓和甲) 민주당 대표는 관광레저타운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신공항고속도로 등 국가필수시설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민자(民資) 고속도로로 건설하는 처지이고 보면 과잉투자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건설시기나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듯한 건교부의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급히 건설하지 않아도 될 도로 계획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 주민이나 집권여당에 잘 보이기 위해 계획을 미리 내놓았다는 말인가.

정부는 이런 계획이 어떤 배경에서 입안되었고 추진되었는지 그 과정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과거부터 ‘특정 지역에만 건설 예산이 집중적으로 배정됐다’는 소문이 많았다. 이번 의혹이 깨끗하게 풀리지 않는다면 지역주의를 없애기는커녕 더욱 조장한 정권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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