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사내 헬스장에서 직원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건강과 체력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크다. 금연, 마라톤, 골프, 헬스 등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직장인의 경쟁력 평가에서 체력은 ‘비타민’과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자격증, 영어, 옷맵시, 대인관계 등에 비해 비중이 크진 않지만 이것이 모자라거나 없으면 바로 최악의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남들만큼의 체력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넘어 자신의 체력을 경쟁력의 중요자원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건강은 무기〓7년 전부터 회사 인근 헬스장에 다니고 있는 광고회사 오리콤의 이용문(李龍文·38)국장은 사내에서 ‘운동전도사’로 불린다. 이 국장의 협박 반, 권유 반에 못 이겨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 10여명에 달한다.
“갑자기 떨어지는 일거리, 연일 이어지는 야근,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는 광고인에게 체력은 곧 무기입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사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불가능하죠.”
매주 2,3회 이상 1시간 반씩 운동하는 이 국장은 지난 6개월간 85억원어치의 광고물량을 따냈다.
▽좋은 혈색, 좋은 인상〓현대자동차 구주(歐洲)팀의 김득주(金得柱·41)차장은 요즘 주변으로부터 ‘샤프(Sharp)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1년 전 90kg이었던 몸무게가 매일 1시간씩의 운동으로 78kg까지 내려간 것. 17년간의 회사생활은 입사 당시 72kg였던 그의 몸무게를 한때 90kg까지 부풀렸다. ‘펑퍼짐하다’ ‘둔해 보인다’는 이야기는 그저 흘려 들었다.
“조금만 일해도 쉽게 피로해지고 졸리고 해서 지난해 4월 운동을 시작했죠. 1년 동안 매일 아침 6시부터 7시까지 회사의 지하 헬스장에서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운동으로 살을 빼니 혈색도 좋아지고 인상도 좋아지고요. 요즘 일할 맛납니다.”
1년 중 운동을 빼먹은 날이 채 10일이 안 된다는 김 차장은 해외출장을 갈 때에도 운동화와 운동복을 꼭 챙긴다.
▽건강해야 살아남는다〓외국계 보험회사인 푸르덴셜사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김재윤(金載潤·38)씨는 매일 아침 동네 골목길을 1시간에서 1시간 반씩 달린다.
올해 초 갑자기 시력이 나빠지고 몸이 무거워져 병원을 찾았더니 혈압은 이미 200가까이 올라가 있었다.
“매일 사람을 만나고 관리하는 고객만 수백 명씩 있어 건강검진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어요. 크게 체력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못 받았고요.”
최근 운동을 하며 건강은 상당히 회복했지만 김씨에게 체력은 이제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죽는 것’이다.
김씨는 “자신의 몸을 학대해서 올린 몸값은 결국 그 몸을 정상화시키는데 쓰이게 된다”며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올린 몸값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라도 체력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