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은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동족을 먹기도 한다. 짝짓기 때는 자기 후손의 경쟁력을 위해 다른 수컷의 정자를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두는 자연의 섭리일 뿐이다. 이 세상의 ‘또 다른 작은 세계’는 이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SBS 자연다큐멘터리 ‘곤충, 그들만의 세상’(6일 밤10·50)은 때로는 동료도 잡아먹으며 살아남는 곤충들의 치열한 생존 본능과 종족 보존의 현장을 확대해 보여준다.
☞ TV하이라이트 / TV편성표
무당벌레 애벌레의 등에는 작은 뿔이 여러 개 있다.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무당벌레 애벌레는 먹을거리가 부족한 봄과 가을에는 동료의 뱃살을 파먹기도 한다. 그러나 동족을 먹은 저주는 그를 떠나지 않는다. 번데기에서 나와 성충이 될 때 동족을 먹은 놈들은 상당수 기형이 된다.
이 프로그램은 고려곤충연구소장 김정환 소장(54)이 1997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년간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것을 50분짜리로 편집한 것. 김 소장은 디지털 캠코더에 접안 렌즈를 끼워 들고 2㎜ 크기의 곤충까지 화면 가득 찍으며 1년 중 10개월을 산에서 살았다. 그동안 찍은 분량은 400시간가량. 모시나비 수컷은 짝짓기를 한 뒤 암컷의 생식기 주위에 딱딱한 ‘교미낭’을 씌워 다른 수컷의 생식기가 뚫지 못하게 한다. 잠자리 수컷은 짝짓기 할 때 암컷 생식기에 남아 있는 다른 수컷의 정자를 파낸다. 한편 사슴벌레는 수컷끼리 결투에서 이긴 승자는 패자를 얌전히 돌려보내기도 한다.
김 소장은 “곤충이 나름대로 자연의 질서 속에서 종족 번영을 위한 정의롭고 신비롭게 사는 모습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