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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한국의 단청'쓴 곽동해씨-단청 전수조교 홍창원씨

입력 | 2002-03-08 18:26:00

곽동해씨(오른쪽)와 홍창원씨


한국적 디자인의 원형을 간직한 단청(丹靑). 단청은 서양의 찬란한 색채 문화에 비해 이렇다 할 우리만의 색채 문화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저간의 선입견을 무색하게 한다.

단청의 기원과 역사에서부터 문양이 갖는 의미 등 단청에 대한 모든 것을 도판과 함께 이론적으로 정리한 ‘한국의 단청’(학연문화사)의 저자 곽동해씨(44). 중요 무형 문화재 제 48호 단청장(丹靑匠) 기능 보유자 만봉(萬奉) 스님(93)의 제자로 30여년 동안 주요 궁궐과 사찰의 단청작업을 해 온 홍창원씨(48)가 곽씨를 만났다.

홍씨는 지난해 10월 복원된 경복궁 흥례문 단청도 했다. 6일 경복궁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갑자기 닥친 꽃샘추위도 잊고 시간도 잊고 단청 이야기로 훈훈한 대화를 나눴다.

▽홍창원〓아시다시피 단청이 세월이 지나면 색이 바래고 나중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보니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웠잖아요. 이러다보니 조사 연구도 제대로 된 게 없고…. 관련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곽 선생이 모처럼 집대성을 한 듯 해 반가웠습니다.

▽곽동해〓과찬이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한국에는 색채문화가 없는 색치(色癡)문화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청의 세계를 들여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찬란한 색채문화를 가진 나라인지 알게 되지요. 갈수록 단청 이수자들이 줄어 걱정입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단청과 인연을 맺으셨는지요.

▽홍〓지금 연세대 동문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이 제 고향인데 제가 태어난 1950년대는 온통 논과 밭이었고 유일한 건물이 봉원사였습니다. 집안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못하자 독실한 불자이신 할머니와 어머니가 저를 봉원사로 보냈지요. 그 곳에는 늘 만봉 스님이 제자들과 함께 단청을 열심히 그리셨습니다. 저는 머리는 깎지 않았지만 왠지 불경공부 보다 단청에 더 마음이 쏠리더라구요. 15세에 입문했으니 벌써 30여년이 흘렀네요. 곽 선생은 본래 서양화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곽〓초등학교 때부터 미술반 활동을 해서 그림을 업으로 할 것으로 오래전부터 생각했습니다. 단청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었고 그림하면 일단 서양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 의문없이 대학에 들어갔죠. 그러던 어느날 제대하고 우연히 조계사 앞을 지나다 불교 미술전람회를 보고 원근과 명암을 무시한 불화(佛畵)에 은근히 충격을 받았어요. 그후부터 이곳저곳 찾아 다니며 묻게 됐고 현대 불화를 좀더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동국대 미대를 들어가 불교 미술로 전공을 바꾸었죠.

▽홍〓곽 선생은 얼굴이 넓적하고 투박한데다 거구에 장신이어서 전혀 미술가 같아 보이지 않아요.(웃음)그런데 긴 손가락을 보니 영락없는 그림쟁이네요.

▽곽〓하 하 하. 본래 우리 한국 사람들이 백의민족이라고 해서 원색을 싫어 한다고 하지만 단청 색깔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극과 극의 색을 대비시키는 상상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신기할 때가 많아요. 저는 이것을 우리 민족의 한(恨)이라는 정서 밑에 도사리고 있는 열정과 분출의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한국적임을 보여주는 시각적 디자인인 단청을 국가적 문화사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저도 개인적으로 단청문화연구소(서울 종로구 팔판동)를 운영하고 있지만 다행히 요즘 분위기가 옛날과 많이 달라 졌어요. 90년대부터 시작된 전통 목조건축 재건사업의 일환으로 단청이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는 셈이죠. 단청은 색깔이나 문양 응용이 무한대여서 비단 건축분야뿐 아니라 옷 접시 인테리어 등 응용 분야가 많습니다. 더구나 단청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색의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다는 설문 조사까지 있잖아요.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젊은이들도 열심히만 한다면 생계도 충분히 해결하면서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리라 확신합니다.

▽홍, 곽〓모처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홍창원

중요 무형 문화재 48호 단청장 만봉 스님의 제자. 10대 초반에 봉원사에서 당시 주지로 있던 만봉 스님으로부터 단청을 배웠다. 1981년 문화재청 전수 장학생에 뽑히면서 본격적으로 단청을 배운 그는 최근 중요무형 문화재 전수조교로 발탁됐다.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복원공사에서부터 주요사찰의 단청작업에 참여해 왔다.

◇ 곽동해

동국대 미술학과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정밀기계 설계 공동연구소 종(鐘)연구팀에서 전통 종 문양과 문양디자인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동국대학 대학원 미술사학과, 문화예술대학원,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서울산업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등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