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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 D-100]축구사랑 한마음 신분도 초월

입력 | 2002-02-19 18:05:00

정회장(오른쪽)과 백소장이 2002월드컵 공식볼인 피버노바를 들고 월드컵 성공 개최를 기원하고 있다.


노동운동가이자 재야 원로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기업가이자 정치인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만남. 극과 극. 두 사람의 만남은 어울리지 않으리라는 조바심과는 달리 간간이 터져 나오는 웃음과 덕담 속에 ‘축구’라는 한 주제로 대담 분위기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대담 전 만남을 마련하기 위해 백 소장과 정 회장을 찾았을 때 두 사람 모두에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 좋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신분을 떠나 두 사람의 축구 사랑은 여느 극성 팬 수준을 넘어선다.

“난 축구에 한이 맺힌 사람이에요. 우리 통일문제연구소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구석진 곳에 있잖아요. 그 골목에서 조그만 애들이 공을 통통통통 튀기면 손님이 왔거나 말거나 나가서 내다봐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슴이 두근거려 손님과 대화를 못할 정도입니다.”

백 소장은 축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이렇게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13세이던 광복 직후 고향 황해도 은율을 떠나 축구선수의 꿈을 안고 남으로 내려왔지만 축구화 살 돈이 없어 끝내 꿈을 못 이룬 응어리가 아직도 가슴 깊이 맺혀 있다고 했다.

이날 축구 얘기로 말문이 터지자 백 소장은 거침이 없었고 정 회장은 특히 한국 응원 문화에 대한 백 소장의 말에 무릎을 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날 대담 내용을 주제로 ‘붉은악마’ 응원단과 대표팀에 특강을 해 줄 것을 즉석에서 요청했고 백 소장은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백 소장도 대담의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 회장이 앞장서 줄 것을 허물없이 주문했다.

두시간 여의 대담이 끝난 후 백 소장은 정 회장의 안내로 축구박물관을 관람했고 이 자리에서 백 소장은 기념 축구공에 ‘한마음’이라고 썼다. 이날만큼은 ‘꿈에도 그리던 축구인이 된 것 같다’는 게 백 소장의 소감이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