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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바보들은 왜 사랑에 빠질까'

입력 | 2002-02-15 17:41:00


바보들은 왜 사랑에 빠질까/재니스 R. 리바인 외 지음/234쪽 9000원 해냄

사랑은 현대의 신흥종교이다. 살아갈수록 우리는 우리의 조상 아담과 이브처럼 고통스럽지만 별개의 존재이며 서로 다른 물질적 정신적 세계에 속해 있음을 알고 절망하며 외로워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부부는 ‘현대인은 신분과 전통의 굴레를 벗어난 대신 자유라는 막막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한 불확실성을 끝장내기 위해 사랑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너와 내가 ‘섬’임을 확인할수록 우리는 더욱 합일을 열망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이며 부부문제 연구 전문가로 활동하는 저자들은 ‘사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들의 ‘사랑론’을 묶은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이며 사랑의 지속을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조언들이다. 사랑과 관련한 무수히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랑에 빠지는 방법이 아니라 사랑을 유지시키는 노력에 대해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길수록 깊이가 있는 구절들이 가득하다. 항목별로 요약해본다.

# 사랑에 대해

사랑을 하면 몸이 달라진다. 세포구조와 신경경로가 바뀐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수명이 길고 절망을 이겨내는 힘이 더 크다. 정신적 차원에서 사랑은 물질적 속세를 초월하게 해준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삶의 의미가 문득 명쾌해지는 깨달음과 같다고나 할까.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에 마음을 열 때 우리의 삶은 의미와 방향을 찾게 된다.

샤갈의 그림 '탄생일'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당신을 원하는 상대는 받아 들이지 말라. 당신이 당신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상대를 찾아라.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그건 바로 감정이다. 일부러 가진 감정도 아니고 일부러 안 갖겠다고 해서 안 가질 수 없는 감정, 당신의 객관적인 가치를 보고 갖게 된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소원해질리 없는 감정, 심장이 급등하고 불면증이나 식욕감퇴같은 심리적 대가가 따르는 걸로 보아 가짜가 아니라는게 보장되는 감정(^^), 그런 감정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것은 지식이나 논리가 아니라 눈길, 웃음, 몸짓이다.

# 사랑의 지속에 대해

악기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끌어내는 비결은 악기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 이것을 가능케하는 매개물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에 빠지기 보다는 사랑속에서 성장하라. 사랑속에서 성장하기 위해선 적절한 사람을 찾기보다 스스로 적절한 사람이 되라. 사랑에 빠지기는 쉽다. 하지만 그 사랑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시작을 잘 하기는 쉬우나 마무리를 잘하기는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굳이 실천적인 지침을 들자면 이런 것들이다. 상대방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용서해준다, 별로 보고싶지 않은 영화라도 상대가 보고 싶어 한다면 함께 간다, 내 꿈을 조금 희생하면서도, 상대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준다….

참된 사랑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선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숯불속에서 단련되는 단단하고 깊이있는 사랑이 없다면 열정이 활활 타오르는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 또한 없다. 숯불속에서 단련되는 사랑, 이것이 상대를 행복하게 하는 실천적인 사랑이다. 영혼의 짝(soul mate)을 만나려면 먼저 이세상 어느 누구도 환상적인 영혼의 짝일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상대방의 ‘다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

# 아름다운 시련, 결혼

기쁨과 배려와 웃음과 상처와 용서로 가득한 삶을 함께 살아 온 세월.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두사람만의 추억들. 오랜 세월 맞잡아온 손. 시간의 시험을 통과하고 끝까지 살아남는 결혼…. 이것이 최상의 결혼마술이다.

참된 사랑은 평생에 걸쳐 이룩된다. 처음의 끌림이 출산과 우정 기쁨 슬픔 죽음 등 평범한 일상을 거치면서 사랑으로 확립되는 것이다. 두사람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엮어온 삶과 사랑의 융단은 두 사람을 좀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몇십년을 같이 산 뒤에야 사랑의 불꽃은 처음보다 더 깊고 지혜롭고 생기있다. 여러차례 냉전기를 거치면서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날카로운 모서리들을 깎아내고 서로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