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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중국무예 '팔괘장' 수련 한병철씨

입력 | 2002-01-15 17:18:00

한병철씨가 손바닥을 사용해 여러가지 자세를 익히고 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깁니다”

13일 서울 종로구민회관 생활관에 있는 체육관. 10여명의 수련생이 천천히 팔을 휘저으며 원을 돌고 있는 가운데 수련장은 정적이 감돌았다. 고함소리나 기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팔괘장(八卦掌). 내공을 증진시킨 뒤 이를 바탕으로 손바닥을 사용해 펼치는 무술로 8가지의 기본세법들이 64개로 변화하고 다시 이를 응용하며 수많은 변화를 준다는 중국 무예다.

태권도 20년에 검도 15년을 수련한 무술전문잡지 ‘마르스’ 대표 한병철씨(35). 그도 이날 수련인들속에 있었다.

팔괘장에 흠뻑 빠진 한씨는 조선족 출신으로 서울대에 연구원으로 와 있는 설인호씨에게서 팔괘장을 배우고 있다.

지난해 설씨의 소개로 중국 베이징에 가서 팔괘장의 전수자인 이공성 노사(老師)를 직접 보고 오기도 했다. 이 노사는 팔괘장의 창시자로 알려진 동해천 선사(先師)의 묘와 그후의 전인들의 묘가 함께 모여 있는 곳에 한씨를 데려가 엎드려 절하게 한 뒤 그 자리에서 직접 팔괘장을 시무해 보였다고.

“영화속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씨는 당시를 회고 했다.

61세의 이공성 노사가 1m85의 키에 100kg이 넘는 거구를 한없이 유연하게 놀리는 것을 보고 그는 팔괘장의 매력에 푹 빠졌다.

팔괘장은 몸의 긴장을 풀고 자연스러운 호흡과 몸짓을 중시한다.

‘적보다 먼저 움직이고 적이 강하면 부드럽게, 적이 오면 물러나고 물러가면 나아간다’는 전투방법을 익힌다. 일종의 유격전과도 같이 적의 허를 찌르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단순하게 원운동을 반복하는 수행법을 상당기간 거쳐야하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점을 극복한다면 대단히 뛰어난 성취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 한씨의 설명.

한씨는 인터넷 쇼핑 등을 하는 벤처회사를 차린 뒤에도 무술에 대한 욕구를 누를 수 없어 무술전문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무술 마니아다. 당랑권 4단인 동생 한병기(33)씨와 함께 무술잡지를 만들고 있다.

한씨는 무술을 배우는 행위가 자연스러운 문화행위로 여겨지길 바란다고 했다.

“스포츠를 하거나 예술행위를 하면 사람들이 높게 쳐주지요.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무술을 한다하면 아직 그만큼 크게 쳐주지를 않아요. 이런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무술계의 이론적 실천적인 수준을 높여야한다고 생각한다. 무술인들의 자질향상도 물론이다. 이같은 점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문의 02-998-5464(마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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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