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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 ‘제2의 마라도나’ 오르테가

입력 | 2001-08-22 18:26:00


‘축구황제’ 펠레와 ‘축구신동’ 마라도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축구선수에 나란히 등극한 펠레와 마라도나의 현역시절 등번호는 똑같이 10번.

이 때문에 이들 두 슈퍼스타가 사용한 10번은 각 국가의 축구대표팀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공수의 대들보로 활약하는 선수가 다는게 원칙으로 자리잡아왔다.

마라도나가 은퇴한 뒤 ‘남미축구의 강호’ 아르헨티나축구대표팀의 백넘버 10번을 차지한 선수는 누구일까.

‘작은 황소’ 아르날도 아리엘 오르테가(27)가 바로 그다.

오르테가는 열아홉살이던 93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온 신동이지만 대표선수 9년 동안 엄청난 부침을 맛봤다.

94미국월드컵 때는 벤치를 지키는 신세였던 오르테가는 월드컵 직후 10번을 이어받은 뒤 각광을 한몸에 받았다. 96애틀랜타올림픽과 98프랑스월드컵에 연이어 출전하며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 대들보로 꼽혔으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특히 98프랑스월드컵 8강전 네덜란드와의 경기 때는 상대 GK 반데르사르를 머리로 받아 퇴장을 당했고 그가 쫓겨난 뒤 곧바로 골을 빼앗겨 1-2로 아르헨티나가 패해 탈락하는 바람에 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프로 무대에서도 심한 좌절을 맛봤다. 열일곱살 때 아르헨티나 프로축구의 명문클럽인 리베르 플라테에서 뛰기 시작한 그는 97년 이적료 100억원에 스페인 발렌시아로 이적했고 이어 삼프토리아(이탈리아), 파르마(이탈리아)에서 활약했으나 99∼2000시즌에는 슬럼프를 겪으며 다시 리베르 플라테팀으로 돌아와야 했다.

유럽의 축구전문가들은 “오르테가는 체력이 약하고 드리블을 너무 길게 해 유럽축구에는 전혀 맞지 않는 선수”라는 혹평과 함께 ‘말안듣는 당나귀’라는 별명으로 그를 조롱했다.

그러나 고국의 축구팬은 그를 따뜻하게 맞았고 축구대표팀에서도 여전히 그에게 10번의 명예를 간직하게 하는 배려를 해주었다. 오르테가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2002월드컵 남미지역 예선. 공수의 주축으로 포진한 오르테가는 바티스투타, 크레스포, 베론, 로페스 등 막강한 스타들을 진두지휘하며 아르헨티나가 남미팀 중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데 중심 역할을 해냈다.

아르헨티나는 16일 에콰도르를 2-0으로 누르고 11승2무1패를 기록하며 4위로 처져있는 라이벌 브라질을 비롯해 우루과이 파라과이 콜롬비아 칠레 등 막강한 강호들을 제치고 초반부터 선두를 지키며 가장 먼저 월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예선에서 3골을 터뜨린 오르테가는 1m71, 67㎏의 다소 작은 체격이지만 상대 수비진의 허점을 바람처럼 뚫고 들어가는 돌파력과 컴퓨터 처럼 정확한 패싱력, 그리고 강력한 슈팅력을 바탕으로 ‘포스트 마라도나’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94년과 98년 월드컵에서 잇따라 실패를 맛봤던 오르테가. 그는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2002년 월드컵 무대에서 설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