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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물질 소멸 규명의미]우주탄생의 비밀 풀 첫 열쇠

입력 | 2001-07-23 18:27:00

빅뱅후 물질과 반물질의 변화


반(反)물질이 사라진 이유가 23일 국제연구팀인 ‘벨 그룹’에 의해 밝혀짐에 따라 인류는 우주 탄생의 비밀 규명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

우주의 탄생은 130억년 전 ‘빅뱅’으로 불리는 대폭발에서 시작됐다. 빅뱅 이후 물질과 반물질은 같은 분량으로 만들어졌다.

물질과 반물질이 충돌하면 완전히 소멸되기 때문에 반물질이 일찍 사라진 반면 물질이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물리학계의 큰 의문이었다.

벨 그룹의 과학자들은 물질과 반물질의 붕괴율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반물질이 일찍 사라진 이유를 규명했다. 과학자들은 붕괴율이 다르면 둘의 ‘대칭성’이 깨지고 결과적으로 물질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연구팀은 대형 입자 가속기 안에서 원자를 이루고 있는 소립자 중 하나인 ‘B-중간자’와 ‘반 B-중간자’ 3000만쌍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반 B-중간자의 붕괴율이 B-중간자보다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붕괴율이 높은 반물질이 빨리 붕괴해 물질보다 적어졌다는 것이다.

빅뱅 직후 물질과 반물질은 1초가 안되는 아주 짧은 시간에 스스로 붕괴하거나 충돌해 소멸된 것으로 풀이됐다. 같은 양이 존재했던 물질과 반물질이 붕괴율마저 같았다면 이때 이미 충돌해 사라졌을 것이다.

또 ‘살아남은’ 물질들도 그대로 있었으면 스스로 붕괴해 사라졌겠지만 입자들이 안정적인 양성자나 전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 빅뱅 후 30만년이 지나자 수소 같은 기본적인 원자들이 탄생했으며 이 원자들이 모여 현재의 우주가 생성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로 우주 탄생의 비밀이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다. 우주 탄생을 가로막을 뻔했던 반물질이 어떻게 물질보다 빨리 사라졌는지에 대해 알게 된 정도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에너지가 무엇인지 등의 신비는 베일에 가려 있다.

이번 연구는 소립자를 통해 우주 탄생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단서들과 연구방법을 활용하고 지금보다 몇 배 더 큰 가속기들이 건설되면 우주 탄생의 비밀이 더욱 많이 밝혀질 것이다.

한국 과학자들이 에너지 측정장비 개발 및 수치 해석에 큰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 물리학의 위상도 높아지게 됐다. 벨 그룹에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경상대 교수 등 22명이 참여하고 있다.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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