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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부드러운 로커' 윤도현, 5집 '어버나이트' 발매

입력 | 2001-07-09 18:36:00


로커 윤도현은 사랑을 어떻게 고백할까?

무대에서 사자처럼 포효하는 그이지만 정작 사랑 앞에서는 ‘내게 와 줘’라고 말도 못하고 쭈뼛거릴 것 같다.

최근 발표한 ‘윤도현 밴드’ 5집 ‘어버나이트(an Urbanite·도시인)’의 타이틀곡 ‘내게 와 줘’는 청년의 수줍은 미소가 가득하다. 그만큼 멜로디와 사운드가 예쁜 노래다. 윤도현의 보컬에 강아지풀로 뺨을 간질이는 듯한 느낌이 묻어 있다.

그래서 예전의 윤도현답지 않다.

“녹음하다가 계속 웃었어요. 간지러워 못 하겠다고도 했구요. 그러나 노래를 이렇게도 부를 수 있구나 라며 무릎을 치기도 했어요. 그동안 목에 힘을 빼고 노래하는 걸 몰랐거든요.”

윤도현의 절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름다운 서정이 넘치는 ‘난 나를 사랑할 줄 몰랐습니다’, 담백한 기타 연주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는 ‘박하사탕’, 장중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그대로’, 경쾌한 리듬의 ‘말없는 축제’ 등이 그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노래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멤버 교체와 음악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윤도현은 “음악을 그만두고 애완견 센터를 차리기 위해 사업 조건을 알아보기도 했다”고 할 만큼 고통이 컸고, 그로 인한 아픔이 ‘부드럽고 도회적인 음악’을 할 수 있도록 그를 성숙시켰다. 특히 두 명의 멤버와 결별하고 재즈 기타를 연마한 허준을 영입하면서 사운드가 세련되고 풍성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

윤도현은 한국 정통 록의 간판. 1995년 데뷔할 때부터 ‘이 땅에서 로커로 산다는 것’에 충실해온 그다. 그런 그가 ‘록의 함성’을 포기할 리 없다.

5집을 다시 보자. 록 오페라 ‘개똥이’의 삽입곡 ‘도대체 사람들은’, 시인 박노해의 시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위악을 꾸짖고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거울’,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양민학살을 꼬집은 ‘하노이의 별’ 등에서 그는 여전히 강렬한 로커로서 사자후를 토한다.

그런데 ‘이 땅에 살기 위하여’ ‘도대체 사람들은’은 KBS SBS로부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 땅에 …’는 1997년 2집에 수록했다가 “작가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금지됐으나 이번에는 “노동자 위주의 편향적 사고”가 그 이유. ‘도대체 사람들은’은 비속어가 이유가 됐다.

윤도현은 “이 땅에서 로커로 산다는 게 얼마나 외로운지 실감할 때가 많지만 방송이 주 활동 무대가 아니어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음반을 내자마자 6일부터 23일까지 15일간 장기 공연을 갖고 있다. 공연 티켓은 시작 1주일 전에 이미 90%가 팔렸다. 음반도 록 음반 장세로서는 드물게 첫 주문 6만장이 순식간에 동이 나 재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