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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부산 태화쇼핑 끝내 문닫나

입력 | 2001-06-08 21:36:00


‘부산의 마지막 향토 백화점 태화쇼핑은 결국 공중분해 되고 마는가.’

태화쇼핑의 법정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부산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종대·金鍾大수석부장판사)는 9일까지 주요 채권자와 일반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파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11일경 직권으로 파산선고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참여자치연대 등 부산지역 13개 시민단체와 상거래 채권자 및 태화쇼핑 노동조합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파산선고는 기업사냥꾼인 외국계 정리담보권자만 거액의 처분이익을 남기게 된다”며 “인수합병이나 업종을 전환할 수 있도록 법정관리 폐지와 파산 결정을 연기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태화쇼핑이 파산할 경우 1300여명의 직원이 직장을 잃고 입점업체와 납품업체는 수백억원의 채권을 받지 못해 지역경제에 큰 파장을 미친다는 것.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자구노력도 부족하고 회생의 가능성도 없어 향토기업이라는 이유만로 태화쇼핑을 계속 법정관리 상태로 남겨둘 명분이 없어졌다”며 “태화쇼핑을 살리고자 하는 지역 여론은 알고 있지만 파산시키지 않는 것은 현행법과 시장논리에 맞지 않고 결국에는 지역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태화쇼핑의 몰락〓83년 개점한 뒤 90년 중반까지 최고 23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5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부산지역 유통업계를 주도했다. 그러나 95년 현대와 롯데백화점이 부산점을 오픈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대형 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 무리하게 신관을 짓고 덕천동 분점 부지를 매입하면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97년 6월 12일 부도를 냈고 같은해 7월 9일에는 김정태회장이 투신자살해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법정관리 폐지과정〓김회장의 자살이후 시민단체들의 백화점 살리기운동에 힘입어 법정관리 인가를 받내고 구조조정을 했지만 대형 백화점과 경쟁을 벌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매출은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870억원에 불과했고 오히려 빚은 늘어만 갔다. 지난해 5월 신관을 쇼핑몰로 전환하고 본관은 패션전문 백화점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인근에 밀리오레 등 대형 쇼핑몰의 등장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하자 법원은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외국계 투자회사의 파산추진〓미국의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 등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TCM코리아와 모소파는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전체 채권 1200여억원 중 3분의 1가량을 인수해 최대 채권단이 됐다. 이들은 백화점이 별다른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재판부에 2차례 파산신청을 했지만 ‘지역경제 회생’이라는 명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인수합병이 실패하고 노조가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직장폐쇄에까지 이르자 이들은 다시 파산신청을 제출했으며 재판부는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없어 결국 법정관리를 폐지하고 파산선고를 예고했다.

▽파산의 여파〓백화점이 파산할 경우 당장 1300여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는다. 또 현재 태화쇼핑의 채무는 1800억원이지만 평가자산은 1500억원에 불과한데다 경매에 들어갈 경우 제대로 가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후순위 채권자인 입점업체과 납품업체들의 채권 300여억원에 대한 변제가 힘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