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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한대 수시모집 심층면접…시사문제 중심 통합형 질문

입력 | 2001-06-08 19:04:00

한양대 면접구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들이면접관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젠 ‘입시 추위’가 아니라 ‘입시 더위’인가.

한양대가 2002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 면접·구술고사를 실시한 8일 서울 지역 기온이 31.3도까지 올라가 수험생들은 ‘난제(難題)’와 ‘더위’의 이중고를 치렀다.

한양대는 이날 인성과 가치관을 평가하기 위해 시사적인 6개 문제를 공통으로 물은 뒤 전공을 공부할 능력을 평가하는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심층면접에서 인문계 수험생은 영어지문을 읽은 뒤 글의 요지를 설명하고 3명씩 조를 이뤄 토론을 벌였다. 자연계 수험생은 교수 3명에게 ‘수학+물리’ ‘수학+화학’의 통합교과 문제를 받아 면접관 앞에서 15분간 칠판에 풀었다.

개그우먼 이영자씨의 체중 감량을 둘러싼 공방이 면접장에서 재연돼 눈길을 끌었다.

‘환자의 치료내용을 공개한 성형외과 의사와 이영자씨의 태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수험생들은 나름의 주장을 펼쳤다.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여자의 욕망은 끝이 없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경우 성형수술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의사가 환자의 치료내용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직업윤리상 잘못이다.”(최은미·18·신원고 3년)

“서구형의 늘씬한 미인을 선호하는 풍토여서 모든 사람이 이런 미인이 되려고 한다. 미스코리아의 기준도 그런 것 아닌가. 이영자씨가 만약 지방흡입수술로 살을 뺐으면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이씨가 잘못이지만 그런 미인만을 요구하는 비뚤어진 사회 시각이 더 큰 문제다.”(김세정양·18·강원 평창고 3년)

‘교육이민’에 대해서도 ‘공교육 위기’의 당사자들인 수험생들은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장수정양(18·서울 영파여고 3년)은 “교육을 통해 입신양명(立身揚名)하려는 한국인들의 오래된 가치관에서 비롯된 현상이며 갈수록 빈부간의 교육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자녀를 가르치고 싶은 학부모의 심정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박남윤양(18·경기 백마고 3년)은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조기유학이 급속히 늘어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공교육을 살리지 않고 학부모들만 탓한다면 이를 막을 묘안은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된 연세대의 ‘비물질적 기여입학제’와 ‘쓰레기장 설치에 반대하는 님비현상’ ‘가뭄극복 방안’‘자원봉사’ 등의 문제도 나왔다. 세계화 전형에서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일본 대중문화 개방 반대’에 대한 신문기사를 내준 뒤 의견을 묻는 문제도 출제됐다.

이영환군(18·경기 소하고 3년)은 “심층면접은 통합형 문제인데 이에 대비해 연습하지 않아 조금 당황했다”며 “질문의 요지에서 다소 벗어난 것 같아 걱정”이라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손대원(孫大原·화학과)교수는 “인성평가는 정답이 없고 답변태도 등을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에 큰 점수 차는 없었다”며 “심층면접에서는 문제 이해도에 따라 10∼40점 차가 나는 등 변별력이 있어 학생을 선발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