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펀드투자도 머리를 써야 한다.
시장금리 하락 행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고채 수익률이 5%대로, 정기예금 금리도 6%대로 낮아져 자본수익률이 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명예퇴직 등으로 수천만원 혹은 억원대의 퇴직금을 움켜쥔 사람에게는 ‘저금리 추위’가 더 매섭다.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신사들의 실적배당 상품에 자금이 몰리지만 여러 곳에 허점이 있다. 사실 상품의 구조나 운용방법에 대한 설명은 어렵고 수익률 역시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어 투자자들이 허둥대기 일쑤이다. 분명한 점은 이제 실적배당 상품에 대한 투자위험을 어느 금융기관도 보상하지 않고 투자자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실적배당 상품의 주류인 채권형 펀드는 시가평가를 하기 때문에 금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금리가 계속 내리면 기존의 채권값은 올라간다. 작년 하반기(7∼12월)이후 채권형 펀드가 시중 실세 수익률보다 3∼4% 높은 수익률을 거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금리가 현재보다 더 내려간다면 별문제가 없지만 만약 금리가 오른다면 쥐꼬리만한 수익은 커녕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고 높은 금리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를 편입시켰다가 문제가 생기면 손실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편입채권에 대한 검토는 필수적인 항목이다.
실적상품을 운용하는 투신사들은 투자자들을 위해 상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편입채권의 종류와 금액은 물론 채권의 가중평균만기(duration)와 금리 방향에 따른 예상수익률(금리가 1% 상승 또는 하락할 때 예상수익률 시뮬레이션)까지 제시된다면 어떤 광고보다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지금의 금리하향세가 너무 지나치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은 금리보다 유동성을 선호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요즘과 같은 때는 유동성도 수익률 못지 않게 중요하다. 투자기간을 짧게 해 상황변동에 따라 입출금이 쉬운 상품으로는 머니마켓펀드(MMF)가 적합하다.
금리가 워낙 낮고 경제의 불확실성도 당분간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시야를 조금 넓히는 것도 방법이다. 국제화시대에 환위험 관리는 가계에서도 중요하다. 원화에 믿음이 없거나 ‘통화 포트폴리오’를 원한다면 해외채권형 상품투자도 바람직하다. 원화약세가 지속되면 기본적인 수익률(5∼6%)은 물론이고 환위험까지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제 간접투자자들도 공부하지 않고는 남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릴 수 없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