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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총리 "다음은 내차례?"…"퇴진"여론 거세

입력 | 2001-01-22 16:27:00


‘다음 차례는 마하티르?’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75)가 필리핀의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대통령이 ‘민중의 힘’에 굴복해 쫓겨남에 따라 궁지에 몰리고 있다.

21년째 집권중인 마하티르 총리는 요즘 심사가 불편함을 26일자 아시아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드러냈다. 그는 “본업이던 의사활동을 계속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며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처음으로 후회하는 말을 했다. 그는 또 말레이시아의 젊은이들이 정치제도에 실망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나도 한때 젊은이였다”며 “나이를 먹으면 (이상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고 둘러댔다. 그는 이어 “나를 가리켜 독재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마하티르 총리가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이유는 20일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야당지지 세력 3000여명이 퇴진 요구 시위를 벌이는 등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 경제 발전을 주도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장기집권에 식상한 사람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싱가포르의 에드워드7세 의대 출신인 그는 대학 재학중인 1957년 집권당인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에 가입해 활동을 했다. 졸업 후 잠시 무료 의료봉사 활동을 하다 정계에 뛰어들어 64년 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경력을 쌓으며 81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는 취임 이래 가난한 농업국가에 불과했던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에서 가장 번창한 산업국가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99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700달러로 한국보다 많다. 독재자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5번이나 총리를 연임한 것은 이 같은 경제적 성과 때문이다.

마하티르 총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98년. 개혁을 요구하던 안와르 이브라힘 부총리(54)를 전격 해임하면서부터다. 총리 후계자로 꼽히던 안와르는 당내 소장파를 규합, 개혁을 요구하다 마하티르 총리의 눈 밖에 났다. 마하티르 총리는 안와르 전 부총리가 해임된 뒤에도 계속 반대투쟁을 벌이자 이듬해 부정부패와 동성애 등의 혐의로 구속해버렸다. 정치 보복성 행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99년 총선에서는 마하티르 총리가 이끄는 연립여당 의석이 14석 줄었다. 안와르 전 부총리의 부인 아지자 이스마일(50)이 이끈 신생 민족정의당 등 야당연합은 193석 가운데 42석을 얻는데 그쳤지만 유효투표의 44%를 얻어 민심이 정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그나마 99년 이후 연간 5%대의 높은 성장률과 3%대의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경제 사정이 좋다는 점이 마하티르 총리로서는 다행한 일이다.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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