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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결국 특검제 밖에 없나

입력 | 2001-01-15 18:27:00


국회 청문회로도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같은 사안에 대해 관련자들의 증언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오히려 궁금증만 깊어졌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의혹사건 국회 청문회는 실체 규명보다는 그동안의 외압 의혹을 다시 한번 제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본란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이 사건의 핵심은 아크월드에 대한 한빛은행의 거액 불법대출과 신용보증기금의 대출보증 과정에 외압이 있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장관과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씨가 서로 잘 아는 사이였고 평소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더군다나 박전장관이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가 나중에 그게 아니라고 해명함으로써 의혹이 더 커졌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이 부분에 초점이 모아져 비교적 구체적인 새로운 정황이 제시됐다. 지난해 1월 19일 박혜룡씨가 박전장관을 문화관광부로 찾아갔고 이것이 결국 한빛은행 본점 검사팀의 관악지점 검사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박전장관과 박혜룡씨는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면담을 하지는 않았다고 증언했으나 다른 관련자는 “박씨가 장관실을 다녀온 뒤 ‘모든 일이 잘 됐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검사 중단에 대해 도종태(都鍾泰)전 한빛은행 검사실장은 이수길(李洙吉)부행장 등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한 반면 이부행장은 이를 부인하는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관련자들의 증언이 계속 엇갈렸다.

박전장관이 이운영(李運永) 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보증 압력을 넣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각자의 주장을 반복해 듣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다. 신창섭(申昌燮) 당시 한빛은행 관악지점장이 “박혜룡씨로부터 ‘박전장관에게 돈을 갖다 드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으나 청문회에서 실체를 규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박씨의 운전기사도 돈 전달을 뒷받침하는 듯한 증언을 했다가 번복해 의혹만 증폭시켰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의혹이 풀리지 않은 이상 이 사건을 그냥 넘겨선 안된다. 지난해 일단 단순 사기극이란 결론을 내리면서 보강 수사를 다짐했던 검찰은 지금이라도 전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 이번 청문회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여러 가지 새로운 정황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나서지 않으면 특검제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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