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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그린스펀 '황금시대' 오나

입력 | 2001-01-04 18:50:00


‘부시―그린스펀 황금시대 오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일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자 미 정재계는 조지 W 부시 대통령당선자와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의 관계가 순조롭게 첫발을 내디뎠다며 환영했다.

사상 최장기 호황을 끝내고 본격적인 둔화의 흐름으로 접어든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차기 부시 행정부와 FRB의 ‘호흡 맞추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정흑자를 세금감면으로 사용하느냐 국가부채 상환에 충당하느냐를 두고 이견을 보여온 부시 당선자와 그린스펀 의장이 충돌없이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를 놓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결정으로 이같은 우려는 조화로운 재정―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이날 FRB의 금리인하 조치는 급박한 경제상황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취임일을 보름여 앞둔 부시 당선자를 측면 지원한 셈.

부시 당선자도 그동안 그린스펀 의장을 깍듯이 예우해 왔다. 당선이 확정된 뒤 워싱턴에 입성해 처음 만난 인사도 그였다. 이는 자신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과 그린스펀 의장과의 불편했던 관계를 더이상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린스펀 의장은 89∼93년 집권했던 부시 전대통령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라는 압력을 가했음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아 결과적으로 부시 전대통령의 재선 실패에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악연에도 부시 당선자는 그린스펀 의장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경제정책의 쌍두마차인 재무장관(폴 오닐)과 백악관 경제보좌관(로런스 린지)에 그린스펀과 친분이 각별한 인사들을 지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시 당선자는 미국의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그린스펀 의장의 도움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

부시 당선자는 그동안 미국 경기가 너무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며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와 감세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이날 금리인하 조치로 일단 부시 당선자는 첫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그린스펀 의장이 앞으로 부시 당선자의 1조6000억달러 감세 계획에도 손을 들어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린스펀 의장은 재정흑자를 새로운 지출과 감세를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연방정부의 채무 상환에 충당해야 한다며 감세안에 반대하는 견해를 고집해왔다.

부시 당선자는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고 있는 경제포럼에서 FRB의 금리인하 조치를 환영하며 자신의 감세안 역시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FRB의 금리인하 조치를 두고 일부에서는 ‘경기부양에는 세금감면보다는 금리인하가 더 효과적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린스펀 의장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