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이 옷로비의혹 사건 판결에서 검찰의 수사결론을 부인하고 특별검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신뢰가 땅에 떨어진데다 이른바 ‘정현준(鄭炫埈) 게이트’ 수사를 둘러싸고도 말이 많다. 금융감독원 간부 구속으로 사실상 검찰 수사는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여권실세 연루 의혹 등은 애당초 수사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이 지난달 말 내부통신망에 자신과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에 대한 한나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유감의 뜻을 나타내는 글을 올린 것으로 밝혀져 또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대검측은 탄핵소추안 발의에 흔들리지 말고 검사들은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물론 대검의 설명대로 박총장의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한나라당이 4·13 선거사범 편파수사를 문제삼아 검찰총장과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일선 검사들이 대검차장을 탄핵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조직적 반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의 입장에선 무엇보다 일선 검사들이 정치논쟁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뜻이었다 하더라도 검찰총장의 상황인식과 구체적인 표현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탄핵에 대한 그의 시각이다. 박총장은 야당의 법절차에 따른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검찰조직을 뒤흔들려는 처사”라고 했다. 그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뜻밖에도 탄핵소추가 발의돼 양식 있는 국민을 당혹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에 대한 그의 정치적 해석과 반응이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박총장의 조직이기주의적 표현도 문제다. 그는 “(탄핵소추안 발의로) 모든 검찰 가족이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밝혔다. 아무리 일선 검사들을 상대로 한 글이라고는 하지만 검찰 총수가 집단이기주의를 부추기는 듯한 표현을 한 것은 적절치 못한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검찰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네차례나 검찰총장 탄핵발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정치권 탓으로만 돌려선 안된다. 무엇보다 검찰내부의 자성과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