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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가을 부산은 '시네마 천국'

입력 | 2000-09-21 19:13:00


가을날, 인파로 북적이는 부산 남포동 극장가를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라면 지금쯤 벌써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지 않을까.

다른 영화제에서는 보기 드문, 젊은 열기가 가득하고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로 자리잡은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음달 6∼14일 열린다. 올해 55개국의 영화 209편을 준비한 부산영화제는 관객 맞을 채비를 마치고 22일 예매를 시작한다.

한국영화 ‘박하사탕’이 개막작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개막작은 인도 부다뎁 다스굽타 감독의 ‘레슬러’. 이 영화는 평범한 삶과 흔히 비정상적으로 간주하는 삶의 대비를 통한 우화적 풍자,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휴먼 드라마다. 또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홍콩 배우 리앙자오웨이(梁朝偉)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왕자웨이(王家衛)감독의 ‘화양연화’가 폐막작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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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의 강점 중 하나는 올 한 해 세계 주요영화제의 화제작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올해는 특히 예년보다 화제작 리스트가 풍성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댄서 인 더 다크’를 비롯해 심사위원대상을 탄 중국영화 ‘귀신이 온다’(감독 지앙원·姜文),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이란영화 ‘순환’(감독 자파르 파나히),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인 독일 빔 벤더스 감독의 ‘밀리언 달러 호텔’등이 부산에서 상영된다.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 대해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도쿄영화제, 홍콩영화제 등과 달리 뚜렷한 아시아적 정체성을 가진 영화제로서의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아시아 영화에 중점을 둬온 부산영화제는 올해에도 일본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고하토’, 중국 장이모우(張藝謀)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 등 거장들의 신작을 비롯해 80편 가량의 아시아 영화들을 초청했다.

또 영화사상 유래없는 가족 영화제작집단인 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일가의 영화들을 한 자리에 모은 ‘마흐말바프가의 영화들’ 등 아시아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는 특별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부산에서 상영될 한국영화 미개봉작 중에서는 ‘나쁜 영화’(감독 장선우)못지않게 도발적이라는 소문이 퍼진 임상수 감독의 디지털영화 ‘눈물’이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영화 세계 진출과 아시아 영화 기획, 제작에 세계 각국의 투자 배급 기금운영자들을 이어주는 아시아영화 사전제작 지원마켓인 PPP(Pusan Promotion Plan)도 올해 더욱 강화돼 외국 영화 수입,배급업자들을 위한 전용 상영관이 따로 마련됐다.

올해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 감독 빔 벤더스를 비롯해 프랑스 뤽 베송,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 홍콩 왕자웨이 감독과 배우 리앙자오웨이, 장만위(張曼玉), 일본 이와이 순지 감독 등이 부산을 찾을 예정. 지난해 ‘거짓말’처럼 예매 시작과 거의 동시에 매진될 ‘문제작’은 올해 없다. 예매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는 국내에 두터운 팬이 있는 왕자웨이의 ‘화양연화’와 ‘고하토’를 비롯한 일본영화들. 또 슬로베니아 영화 ‘포르노 필름’은 포르노를 만들려는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제목에 힘입어 꽤 예매율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없던 심야상영(7,13일)이 마련된 것도 열혈 영화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예매는 22일부터 부산은행 전국 각 지점과 부산 서면 영광도서, 서울극장에서 할 수 있으며 이날부터 매일 오전9시반∼밤10시에 인터넷 예매(www.piff.org)도 가능하다. 관람료 4000원(개,폐막작 1만원). 문의 051―241―3201.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