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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김대식/게놈전문연구소부터 세워야

입력 | 2000-06-27 19:22:00


인간게놈프로젝트 결과가 발표됨으로써 이를 이용한 혁신적인 진단제 및 신약개발이라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현실화하는 것은 준비된 자의 몫이다.

비전 부족으로 83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놓쳐 게놈 연구의 기반 및 응용기술의 토대가 전혀 없는 우리나라는 이 결과물을 공짜로 줘도 쓸모가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명공학을 이끌어 갈 인력과 재원, 기획 및 관리 능력이 부족한 우리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전략에 입각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우선 게놈 전문연구소의 설립을 제안한다.

첫째, 포스트게놈시대의 생명공학의 패러다임이 고효율 기술과 생물정보학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고효율 접근방식으로 바뀌어 대규모 연구기반이 필요하다. 당장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는 고효율 유전자 해석기술과 생물정보학기술 개발, 유용유전자의 대규모 발굴 및 기능 해석은 엄청난 투자가 전제돼야 하므로 정부에서 전문연구소를 만들고 여기에서 나온 결과와 인력을 산업계의 상용화 연구에 공급해주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일본은 헬릭스연구소가 짧은 시간에 괄목할 성과를 이루어 결과물과 인력을 산업계에 이전하고 있다.

둘째, 이 분야의 몇 안되는 한국인 과학자를 한자리에 모아 탄탄한 구심체를 형성하고 창출된 시너지와 인력을 산업계에 공급할 기반이 필요하다. 구조조정 중인 정부출연 연구소와의 기능중복을 우려하기도 할 것이나 구조조정의 목표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유럽은 차치하고 수십 개의 생명공학 연구소가 있는 일본도 2005년까지 2조엔을 투입해 게놈 전문 연구소 3개를 더 설립해 미국을 따라 잡는다는 계획이다.

이 모두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닌 포스트게놈시대의 생명공학을 선점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나라가 소리 없는 유전자전쟁을 소규모 사업단으로 치르려 한다면 구한말 총과 대포로 무장한 서구열강을 창으로 막으려 했던 우를 다시 범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신중한 결단과 빠른 행동을 기대한다. 부실은행 구조조정하는 돈의 십분의 일이면 된다.

김대식(성균관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