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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조명현/증시폭락은 '거품'제거 과정

입력 | 2000-04-23 20:56:00


4월 14일 뉴욕증시 폭락으로 인해 전 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폭락했다. 그 한 주 동안 나스닥지수가 25.3%, 다우존스지수가 7.3%씩 하락하며 사상 최악의 하락폭을 기록했고 약 2200조원에 이르는 주식가치가 증발되었다. 뉴욕증시 폭락의 여파로 서울증시도 지난 주 월요일 거래소 코스닥 구분 없이 최악의 폭락세를 연출하였고 그 결과 하루동안 약 40조원이 허공에 사라졌다.

신(新)경제 거품론이 대두된 가운데 일어난 세계증시의 폭락은 신경제가 과연 거품으로 가득 찬 신기루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세계경제발전에서 신경제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의 폭락과 혼미가 이제 막 자리잡고 있는 우리 벤처기업들과 코스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첫째, 신경제 거품론은 신경제 그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첨단기술과 지식이 자본과 노동을 대체하며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성장을 가속화시키고 고용을 증대시키고 있는 신경제는 인터넷 혁명과 맞물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신경제는 거품이 끼인 허상이 아닌 실제로 현재 세계경제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며 향후 세계경제의 성장이 이러한 신경제에 기초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경제 거품론은 신경제의 중심축인 벤처기업들에 대한 주식시장의 과대 평가를 문제삼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세계 주식시장은 신경제의 매력에 이끌려 단기 과열 양상을 보였다. 벤처주가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나스닥지수가 1999년 초 약 2200에서 약 일년만에 5000을 돌파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비록 거품의 유무는 사후적으로만 알 수 있지만 정당화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벤처주가는 거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주식시장 특히 나스닥시장의 폭락은 아무리 신경제의 잠재적 미래가치가 클지라도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와 괴리되어 너무 빨리 나아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이번 나스닥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폭락은 향후 벤처열풍이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고 코스닥이 벤처중심의 자본시장으로 발전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신경제 발전의 중심축은 벤처기업이다. 벤처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개발을 촉진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신기술들은 경제성장의 활력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가 신경제 중심으로 발전한다면 이러한 벤처의 역할과 그에 수반되는 벤처열풍 또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하지만 벤처열풍에 휘말려 그 동안 우리는 옥석을 가리는데 소홀했다. 소위 무늬만 벤처 에 묻지마 투자 를 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도 그럴싸하게 벤처처럼 포장하여 수많은 투자자들을 현혹했고 투자자들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기업 내용조차 보지 않고 벤처에 투자해 왔다. 그러나 이번 폭락을 계기로 벤처에 대한 묻지마 투자는 사라지고 투자자들도 냉정하게 기업 실적을 중시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기술력과 수익성을 지닌 벤처들을 제외한 수많은 무늬만 벤처들의 도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시장에 의한 정화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화작용 후의 자본시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벤처만이 살아남을 것이고 그 결과 신경제의 위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산업혁명당시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된 증기기관을 엔진으로 하는 철도사업의 성장성에 매료되어 너나할 것 없이 이에 투자했다. 하지만 철도사업의 낮은 수익성 때문에 이에 뛰어든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투자자들은 쓴 맛을 보아야 했다는 사실은 현재 인터넷혁명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주식시장의 폭락은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려내는 시장의 자연스런 정화작용이며 이 과정을 통해 우리 벤처들의 경쟁력이 제고되기를 바란다.

조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