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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화제]이스라엘, 獨바그너曲 50년만에 해금

입력 | 2000-04-09 20:50:00


이스라엘이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작품 연주를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국립교향악단 ‘리숀 레치온’은 8월 27일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목가’를 연주할 계획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8일 악단 단장 에후드 그로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휘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로 가족을 잃은 멘디 로탄이 맡는다. 이스라엘에서는 그동안 나치의 히틀러가 총애했다는 이유로 바그너 작품 공연이 금기시돼 왔다.

뉴욕타임스는 리숀 레치온이 국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악단이기 때문에 악단의 결정이 사실상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이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최근 독일의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이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처음으로 독일어로 연설한 것도 이스라엘이 독일과 관련된 과거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중의 하나라고 전했다.

‘지크프리트 목가’는 1869년 바그너가 아들 지크프리트의 첫돌을 맞아 만든 곡으로 나치의 대규모 집회와 사형자 수용소 등에서 연주되었다. 이 때문에 바그너는 이스라엘에서 대표적인 ‘친나치 작곡가’로 여겨져 왔다.

그로스 단장은 “이데올로기와 예술은 분리해야 한다”며 바그너 작품을 연주하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야드 바이스 홀로코스트 기념관장도 “반유대주의 때문에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다면 베토벤과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나치에 이용된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도 당연히 연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일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991년 바그너의 작품을 연주하려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항의로 취소한 적도 있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