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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경관' 자수]검찰당직실 들어서며 "내가 李根安"

입력 | 1999-10-29 03:25:00


이근안(李根安·61)전경감은 28일 오후 8시30분경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찾았다.

검찰청사 정문 당직실로 불쑥 들어선 초로의 이 남자는 직원 김명진씨(37)에게 주민등록증을 내밀며 “내가 이근안이다. 자수하러 왔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이씨는 녹색 잠바에 밤색 바지 차림이었다.

깜짝 놀란 김씨는 수배자 사진에서 본 이씨임을 확인하고 3층에서 당직하고 있던 형사2부 이재헌(李載憲)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근안이 자수하러 왔다”고 보고했다.

이 검사는 곧바로 자신의 방(309호실)으로 이씨를 안내하도록 했고 주민등록증과 사진대조작업을 통해 이씨임을 확인한 뒤 이기배(李棋培)지청장에게 보고했다.

이검사는 이씨에게 차를 권한 뒤 자수경위에 대한 자술서를 쓰도록 했다. 이씨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으며 오랫동안 숨어 지낸 사람치고는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이씨는 자술서를 통해 ‘오랜 도피생활에 지친데다 납북어부 고문사건으로 최근(2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재판을 받은 동료들의 형량이 비교적 가벼운 것을 보고 자수를 결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자술서를 쓴 뒤 이날 오후 11시55분경 서울지검 추적전담반 직원들에게 인계돼 서울지검으로 압송됐다.

〈성남〓박종희·김상훈기자〉parkhek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