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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접속타고 히트 '큐브' '블레어 윗치' 국내 개봉

입력 | 1999-10-14 18:26:00


인터넷을 통해 뜨는 영화, 일명 ‘웹 블록버스터(Web Blockbuster)’의 특징. 첫째, 무명의 신인 감독이 적은 돈으로 만든 영화. 둘째, 네티즌을 사로잡는 기발한 아이디어. 세째, 초라하게 개봉됐으나 인터넷으로 입소문이 퍼져 흥행에 대성공.

세 특징을 모두 갖춘 독특한 공포영화 두 편이 찾아온다. 23일 국내 개봉될 캐나다 영화 ‘큐브(Cube)’와 30일 선보일 미국의‘블레어윗치(BlairWitch)’.

▼제작비의 400배 벌어

‘큐브’의 제작비는 36만 달러(약 4억3000만원), ‘블레어 윗치’는 35만 달러(4억2000만원)로 할리우드 평균 영화제작비(4500만 달러·540억 원)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 그러나 ‘큐브’는 98년9월 개봉이후 지금까지 제작비의 30배인 1080만 달러(129억원)를 벌어 들였다. ‘블레어 윗치’는 한 술 더 떠 7월 개봉 이후 제작비의 400배인 1억4000만 달러(1680억원)를 버는 기록을 세웠다.

‘큐브’와 ‘블레어 윗치’는 둘다 공포영화이면서도 공포를 자아내는 대상이 무엇인지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협에 매료된 듯, 이 두편의 영화를 열렬히 지지했다.

▼수학통해 미로 탈출

‘큐브’는 큐빅 퍼즐 장난감처럼, 수 많은 정육면체 방(큐브)으로 구성된 거대한 퍼즐 안에 갇힌 여섯 명의 죄수가 출구를 찾아 헤매는 과정을 그린 공포영화. 곳곳에 함정이 설치돼 있고 계속 움직이는 큐브 안에서 출구를 암시하는 유일한 단서는 큐브를 잇는 통로에 새겨진 숫자들 뿐. 죄수들은 인수분해 등 온갖 수학 계산법을 동원해가며 출구를 찾아 미로같은 큐브 안을 헤맨다.

평소 닫힌 공간을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끔찍할 영화. 그러나 실체를 알 수 없는 폐쇄된 공간의 공포에 주목하면 재미있다. 복잡한 수학공식이 줄줄이 나오지만, 다 이해하지 못해도 영화를 보는데 별 지장이 없다.

반면 ‘블레어 윗치’는 극적 구성이나 정교한 촬영을 포기한 채 일부러 영화가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가짜 다큐멘터리. 영화는 ‘미국 메릴랜드주 블레어 마을의 마녀에 대한 전설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던 영화학도 3명이 실종됐으며 이 영화는 1년 뒤 발견된 필름’이라는 설명과 함께 시작된다. 물론 이 설명도 가짜.

▼홈페이지 8월에 개설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은 탓에 시종일관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고 줄거리도 없다. 제작진은 개봉 1년 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실종사건 기사, 수배 전단, 실종자 가족 인터뷰 등을 소개했다. 이 홈페이지는 이야기가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한 궁금증을 억누를 수 없었던 네티즌을 극장으로 불러 들이는데 성공했다. 사실 ‘블레어 윗치’는 실화인지 아닌지 헷갈릴만큼 치밀하게 진행된 인터넷 마케팅이 없었다면 흥행이 어려웠을 영화다.

국내에서는 8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와 같은 반응을 몰고올지 궁금하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