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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통신사업「이리듐」좌초 위기…작년 1조5000억 적자

입력 | 1999-08-01 19:21:00


전세계를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는 글로벌 위성통신서비스인 이리듐사업이 좌초직전에 몰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지에 따르면 이리듐사의 최대 주주인 미국 모토로라는 지난달 15일 “투자자들이 이리듐의 구조조정안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파산법에 따라 이리듐사의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어 또다른 주요 주주인 미국 록히드마틴도 “이리듐사에 추가로 출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리듐사는 “9000만달러 규모의 이자를 지불하기 힘들다”며 주주들의 추가출자를 촉구한 바 있다.

이리듐은 작년 한해동안 12억5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나스닥시장에서 이리듐사의 최근 주가는 작년 최고가에 비해 80%가량 폭락했다.

이리듐사는 작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올해 5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난달초 현재 가입자는 1만7000∼2만명에 불과하다.

사막이나 정글 바다 도심을 가리지 않고 통화가 자유롭다며 호기롭게 출범한 이리듐사업이 위기에 직면한 것은 광고와는 달리 도심지역에서는 통화가 어렵다는 약점 때문.

이리듐사는 초기에는 해외여행이 잦은 비즈니스맨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전파장애 때문에 벽돌만한 위성단말기가 빌딩안에서는 통화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자 비즈니스맨들이 외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또 위성단말기와 통화료가 너무 비쌌다는 것도 장애물로 작용했다.

지난달초 이리듐사가 단말기 가격과 통화료를 대폭 낮추기전만 해도 단말기 가격은 3000달러, 요금은 분당 4∼7달러로 이동전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쌌다. 현재 단말기 가격은 1000달러, 요금은 2.94달러.

기존 이동통신 업체들이 연대해 국제 로밍서비스를 확대한 점도 이리듐에는 악재였다. 가령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가 출국전 로밍서비스만 신청하면 미국 일본 등에서도 자유롭게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굳이 가격이 비싼 이리듐단말기를 찾을 필요가 줄어든 셈.

이상하게도 국내 이리듐 가입자는 지난달말 현재 2500명으로 전세계 가입자의 10%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국내사업자인 SK텔레콤의 적극적인 마케팅전략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