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10월 어느날. TV를 지켜보던 태국 국민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엘리베이터 바닥에 세로로 세워놓은 동전들이 1층에서 19층까지 오르는 동안 하나도 쓰러지지 않는 장면이 방영된 것. 이 프로그램은 태국 수도 방콕에 건설중이던 베이욕스카이호텔에 1차로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승차감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날 마술같은 장면을 연출한 엘리베이터는 국내기업인 LG산전의 ‘작품’이었다. 87층 높이로 세계 최고층 호텔인 베이욕호텔은 태국 국민의 자랑거리. 프로그램 방영 후 LG산전의 엘리베이터는 태국내에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수십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는 승용차와 곧잘 비교된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단 1㎜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초정밀 작업이라는 점과 스피드와 승차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점이 닮았기 때문.
수십층이나 되는 고층빌딩을 오르내리려면 분당 2백40백m의 스피드는 기본이다. 이같은 스피드를 내면서 승차감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기술력.
승차감면에서 LG산전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LG기술진은 제품 테스트에 난초 화분을 동원한다. 운행중 잎이 흔들리지 않아야 합격시킨다. 승용차보다 50배 이상 승차감이 좋아 거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
91년 베이욕호텔의 엘리베이터 사업을 따낸 것도 승차감을 높이 평가받은 덕분이었다. 이 사업은 5백50만달러로 수주액은 그리 많지 않지만 LG산전의 기술력을 널리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