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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고교장, 「기미가요 제창」명령에 고민하다 자살

입력 | 1999-03-01 20:04:00


일본의 한 고교 교장이 졸업식에서 기미가요를 제창하고 일장기를 게양하라는 교육당국의 지시와 이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 사이에서 고민하다 자살, 일본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달 28일 오전10시10분경 일본 히로시마(廣島)현 세라(世羅)고교 이시카와 도시히로(石川敏浩·58)교장이 집에서 목매달아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시카와 교장은 1일 졸업식에서 기미가요를 부르고 일장기를 걸라는 히로시마현 교육위원회의 직무명령을 지난달 23일 받았다. 이에 교사들이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기미가요 제창과 일장기 게양의 강제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자 그는 고민해왔다.

그가 자살하자 교육위는 “교장이 중간에서 겪을 어려움을 덜기 위해 모든 학교장에게 직무명령을 내렸으나 예상치 못한 최악의 사태가 생겼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들은 “강제적 지시가 비극을 초래했다”며 교육당국을 비판했다.

히로시마현 교육위는 지난해 고교졸업식에서 기미가요를 부른 학교가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4번째로 적어 문부성의 시정지도를 받자 이번에 직무명령을 내렸다. 작년 졸업식에서는 일본 공립고교의 80.1%가 기미가요를 불렀다.

기미가요와 일장기는 군국주의를 떠올린다는 이유로 2차대전 패전 이후 국가(國歌)와 국기(國旗)의 지위를 잃었으나 최근 입학식과 졸업식에서 제창과 게양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문부성은 지난해 각 학교에 이를 지시하고 위반하면 징계키로 했다.

집권 자민당도 이를 지지하고 있으며 거부감이 가장 강했던 공산당도 최근 “국민의사로 국가와 국기로 법제화하면 인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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