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佛화단, 「고흐 모작품 」논쟁 또 시끌

입력 | 1999-02-11 19:43:00


빈센트 반 고흐는 세계에서 그림값이 가장 비싼 화가이자 모작품이 가장 많은 화가다. 네덜란드의 반고흐미술관을 비롯, 전세계 미술관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고흐의 그림은 모두 7백여점. 전문가들은 이중 1백여점 이상이 모작인 것으로 추정한다. 고흐의 작품이 경매에 나올 때마다 논란이 그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30일부터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가셰박사의 소장품전시회가 고흐 그림의 진위여부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가셰박사는 1890년 7월27일 고흐가 파리 근교 오베르―쉬르―와즈에서 권총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돌봐줬던 주치의 겸 친구였다. 고흐가 죽기 얼마전 그린 ‘가셰박사의 초상’은 파리 오르세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중 하나. 그러나 놀랍게도 이것과 똑같은 그림이 90년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경매장에 나타났다. 그림은 4억9천5백만프랑에 팔려 세계최고가 기록을 갱신했다.

그런데 왜 고흐는 똑같은 초상화를 두 점 그렸을까.

전문가들의 추적 결과 오르세미술관에 있는 그림은 고흐의 작품이 아니라 아마추어 화가였던 박사자신이 고흐가 선물한 그림을 베낀 ‘자화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87년 영국 런던의 크리스티경매장에는 고흐의 해바라기가 등장했었다. 열네 송이의 해바라기가 꽃병에 꽂혀있는 이 그림은 2억4천만프랑에 일본의 백만장자 야스오 고토 야수다 해상화재보험 회장에게 팔렸다. 경매사상 가장 비싼 가격이어서 당연히 화제가 됐다. 그러나 화폭과 물감등으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이 그림은 고흐가 죽은 뒤 10년 후에 그려진 가짜로 확인됐다. 원작은 고흐가 1888년 고갱에게 선사한 작품으로 현재 영국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가짜 해바라기 그림의 원작자는 고흐의 그림 베끼기를 평생의 업으로 삼았던 고흐와 동시대 화가 클로드―에밀 쉬페네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상파 화가 고갱의 친구였던 쉬페네케는 화가로서의 재능은 신통치 않았지만 고흐의 천재성을 평가하는 심미안을 가졌다. 쉬페네케는 고흐가 죽은뒤 그의 작품을 싼 값에 사서 그대로 베껴 그리고는 그림수집상이었던 동생을 통해 팔아 많은 돈을 챙겼다.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고흐의 동생 테오도 형이 죽은뒤 넉달만에 사망함으로써 쉬페네케형제의 사기극은 탄로나지 않았다. 고갱이 그린 희대의 사기꾼 쉬페네케의 가족 초상화는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걸려있다. 고흐 자신은 생전에 단 한점의 그림도 팔아보지 못하고 평생 가난속에 살아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역사의 아이러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