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올 상반기내에 러시아를 방문해 ‘4강외교’를 결산하겠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이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한 목적도 김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 준비다.
하지만 홍장관과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담 직후 러시아언론들은 ‘김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어렵다면 김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을 취소하지 않겠느냐는 판단 때문인 듯 했다.
사실 우리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의 건강문제로 한―러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25일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일단 ‘4월 하순’으로 날짜를 잡되 방문의 ‘격(格)’과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협의하자고 한 것도 그런 고민 때문이다. 한때 김종필(金鍾泌)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4강 외교의 특성상 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게 외교통상부의 입장이다.
홍장관은 “이번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대통령께 전후사정을 말씀드리고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김대통령이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해 4강외교의 안전판을 구축해 놓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방문의 ‘격’을 낮춰 프리마코프총리만 만나고 돌아오더라도 러시아방문은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홍장관이 “4강 외교를 자꾸 ‘허장성세 외교’의 시각으로만 바라봐선 안된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뜻으로 보인다.
〈모스크바〓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