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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김수인/도움주신 분들께

입력 | 1998-12-24 19:12:00


연료비를 아끼려고 여덟 식구가 방 한칸에서 자던 어린시절. 아침밥상 머리에서 내가 얼굴에 엉덩이를 들이밀어 아버지가 잠을 잘못 주무셨다고 말씀하시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가난하고 시끌법석했지만 온가족이 오순도순도와가며 살았던 그시절을 지나 이제 서른 아홉. 다시 궁핍해진 삶,작은방 한칸에 네 식구가 잠드는 시간. 남편의 사업 실패로 행상을 하며 살지만 희망을 잃지않고 산다. 동아일보에 내가 쓴 글이 실린뒤 도움을 주고 싶다며 솜이불보다 더 따뜻한 말을 건네주시는 분도 있었다. 가슴으로 밀려드는따뜻함에 눈시울을 적셨다. 작년 붕어빵 장사를 했던 동네에 가보니 두사람 이하던 곳에 여덟 명의 장사가 생겼다. 수입도 자연히 줄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전화는 큰 힘을 주었다. 작은 회사에 다닌다는 분은 내겐 큰 돈을 보내주셨다. 쓸 곳이 너무도 많았지만 감히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처럼 두 아이를 둔 부인은 편지와 함께 아이들 책을 선물로 보내주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들은 내게 또 다른 세상을 열어 주었다. 보내준 성금으로 우리만큼 어려운 가정의 아이에게 몇 권의 책을 전해주었다.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해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김수인(충북 옥천군 옥천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