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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로버트 김의 경우?

입력 | 1998-11-18 19:30:00


미국의 전 해군정보국 요원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金采坤)씨 석방운동이 한국 시민단체의 주도로 일고 있다. 김씨는 미국의 군사기밀을 한국측에 누출했다고 해 간첩죄로 9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연방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서울의 김씨 구명위원회는 17일 그의 석방을 위한 기도회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는 다수 정계 종교계 법조계와 시민단체 인사가 참석했다.

지난 96년 9월 김씨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후 그에 대한 한국민의 관심은 계속 고조돼 왔다. 김씨는 당시 미국의 대북한정책을 포함해 아시아 전략에 관한 자료를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에게 건네주었다. 그의 ‘기밀누출’은 따지고 보면 북한과의 직접 협상으로 정책을 전환한 미 행정부 동향이 한국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데서 비롯됐다. 한국 시민단체들은 그의 행위를 개인책임으로만 간주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또 그에게 씌워진 ‘간첩죄’는 한미관계 특수성에 비추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많다.

미국이 한국 일변도의 한반도정책을 93년 이후 대북 직접협상으로 선회한 것은 북한의 핵의혹 때문이었다. 한국민은 미국의 정책변화 배경을 이해하면서도 그 내용을 알고자 하는 욕구 또한 컸다. 더구나 96년 9월 북한의 무장간첩 잠수함이 동해 앞바다에 침투하자 미국의 대북협상 정책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기도 했다. 80년대 중반 미국의 중동정책이 일방적 이스라엘 지지로부터 아랍과의 협상으로 선회한 것과 유사한 정책변화였다. 85년 로버트 김과 똑같은 해군정보국 요원이던 유태계 미국인 조너선 폴라드가 미국의 대외정책 정보를 이스라엘에 넘겨주다 체포된 것도 그런 상황에서였다.

유럽의 영국이나 미주의 캐나다, 중동의 이스라엘과 같이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대외정책에 크게 반대해 본 적이 없다. 더구나 한미양국은 장차 아태지역 안보에까지 공동대처해 나갈 최고 수준의 군사동맹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맹방 사이에 군사기밀누출로 인한 간첩죄가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미국의 국가안보 자체를 해치려 했다기보다는 정책선회에 대한 불만이 그런 식으로 표출됐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김씨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을 내세워 석방문제를 거론하기 어렵다고 한다지만 그보다는 그의 정보탐지를 부추겼다고 의심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같다. 이스라엘 정부가 적극적인 폴라드 구출외교로 석방언질을 받아낸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곧 방한할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시민단체의 탄원을 전달하고 김씨 석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로버트 김은 결국 한반도 ‘냉전상황’의 희생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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