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협상에 실패, 대외채무 불이행(디폴트)상황에 몰렸다.
파키스탄의 한 은행간부는 21일 “IMF와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당장 10월분 대외채무상환액을 갚지 못하는 ‘기술적인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이어 “최근 미국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국가채무등급을 20개 등급중 끝에서 세번째인 ‘CCC’까지 내린 것은 이미 채무불이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표시”라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의 외환보유고는 올 5월 14억3천만달러에서 최근 6억달러선까지 줄어들어 3백20억달러의 대외채무 상환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 루피화는 요즘 암시장에서 공식환율보다 40%나 높게 거래되고 있어 평가절하 압력을 더하고 있다.
파키스탄 경제붕괴는 5월 인도와 벌인 핵실험경쟁 및 국제사회의 핵확산방지노력 거부에서 비롯했다. IMF 구제금융 협상이 성사 직전 무산된 것도 알고보면 이 때문이었다.
미국정부의 한 관리는 협상실패 직후 “파키스탄은 구제금융 요청에 앞서 강력한 경제개혁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핵실험 중단을 요구하는 국무부의 입장을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올 5월에도 IMF는 파키스탄에 15억달러를 지원키로 합의했으나 핵실험에 따른 제재로 무기 연기됐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수출이 대폭 줄고 상업차관 제공 및 외국기업의 투자가 중단되면서 파키스탄 국내경기가 얼어붙어 5개월 사이 무역적자만 45억달러나 발생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총리는 “12월로 예정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핵실험에 관한 양보없이 서방의 금융지원은 불가능하다는 게 미국언론의 시각이다.
〈김승련기자·카라치AFP연합〉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