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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스탠더드라이프]사소한 분쟁 獨선「변호사보험」

입력 | 1998-10-21 19:19:00


우리나라 사람은 대체로 송사(訟事)를 꺼린다. 소송거는 일을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옆집에서 담배냄새가 집으로 들어온다고, 옆집 강아지가 자기집 정원에 실례를 한다고 이웃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유럽이나 미국의 법 풍토가 우리에겐 신기할 정도다.

독일에 거주하면서 ‘변호사 보험’이라는 제도를 알게 됐다. 검소한 독일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분쟁을 쉽게 법에 호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변호사 보험이다.

연간 보험료는 1백∼1백50마르크(약8만∼12만원)로 싼 편. 가입자는 분쟁거리가 생기면 즉시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해결을 의뢰할 수 있다. 물론 비용은 보험사에서 부담한다. 의뢰인은 보험 가입자임을 증명하는 보험번호와 증명사항 몇가지만 제시하면 된다.

변호사 보험은 독일 거주 외국인에게도 적용이 된다. 독일에 10년 넘게 체류한 어느 한국인 유학생은 독일통일 이후 비자발급이 까다로워져 어려움에 빠졌다. 논문을 곧 끝낼 수 있다는 학교측 확인이 있어야 비자를 1년 연장해 준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 몇명이 변호사를 찾아가 독일정부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승소 판결을 받아 2년간 비자를 연장받을 수 있었다. 비용 걱정은 없었다. 보험사에서 변호사 수임료를 모두 내줬으니까.

싼 비용으로 법적 권리를 보장받기 때문에 독일인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피해의식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법을 더 잘 지키며 법질서를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이창주(공연기획 빈체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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