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은 소송걸기를 정말 좋아한다. 88년부터 95년까지 미국 텍사스주 컬리지 스테이션에 살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옆집 노부부는 식품회사 델몬트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이겼다. 동네 식품점에 인스턴트 콩을 사러간 노부부는 유독 무거운 캔을 골랐다. 다른 캔보다 양이 많겠지 하면서 집에 가서 뜯어보니 캔 안에는 쇳덩이가 들어있었던 것.
어느날 나는 편의점에 들렀다가 벽면 기둥에 머리를 쿵 부딪쳤다. 순전히 내 실수였고 대수롭지 않은 사고였다. 그런데도 매니저랑 종업원이랑 몽땅 달려나와 “다친 곳은 없느냐” “정말 미안하다”면서 친절하게 대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위험한 기둥에 경고문도 붙여놓지 않았다’면서 소송이라도 낼까봐 겁먹었던 모양이다. 미국인이라면 당장 소송을 제기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신문기사로도 자주 다뤄진다. 어떤 할머니는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마시다 컵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할머니는 ‘뜨거운 커피를 쏟기라도 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는데 컵에는 아무런 경고표시도 없었다’며 소송을 냈다.
맥도널드는 패소하고 할머니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했다. 그 직후 맥도널드 종이커피컵엔 내용물의 온도와 함께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라는 경고문이 붙게됐다. 맥도널드라면 쟁쟁한 변호사들을 썼을텐데 패소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기업들은 조금만 잘못해도 소송을 당해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니까 무척 조심하게 된다. 시민들은 수고스럽지만 제몫 찾기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으로부터 ‘왕’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는 것같다.
김숙희(보석감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