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우선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 같다. 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내각의 지도력이 취약해 정상회담 합의사항이 과연 오래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양국이 이제는 소모전을 피하고 마음으로부터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싹트고 있는 때에 이뤄진 방문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 때도 소모전을 지양하고 좀더 생산적인 선린 우호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해내지는 못했다.
우리도 국제통화기금(IMF)관리를 받는 등 경제위기를 겪고 있지만 일본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또 아시아 전체가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개발로 한반도 긴장도 여전하다.
양쪽 모두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김대통령의 방일이 불필요한 소모전을 지양하고 협력의 분위기와 큰 틀을 만든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양국 국민간의 감정문제가 특히 그렇다. 과거사 반성과 사죄를 ‘공동선언’속에 문서화시켰다는데서 의미를 찾고 있지만 하나의 표준은 될지 몰라도 국민감정 문제가 있는 한 그것으로 종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김태지(前주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