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학그룹 이학(李鶴)회장에게서 4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1일 구속된 엄기현(嚴基鉉)씨는 문민정부의 숨은 실세였다. 엄씨는 김영삼(金泳三·YS)전대통령의 경남고 2년 후배로서 고교 축구부 때 맺은 인연으로 50년 동안 김전대통령을 도왔던 인물이다.
그는 YS가 야당 시절 커피배달 용역업체를 운영하면서 금전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고 정치자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광일(金光一)씨를 13대 총선 당시 YS진영에 편입시키는 데 기여했을 정도였다. 이른바 상도동 가신(家臣)출신 중에 엄씨에게 금전적 정신적 신세를 지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독일특파원 출신으로 YS의 사조직인 민주사회연구소 소장과 청와대 정무비서관(1급) 방송개발원장을 지낸 효현(涍鉉)씨가 친동생이다.
엄씨는 문민정부 초기에 박태준(朴泰俊)전포철회장 이후의 포철체제 수립에 깊이 관여해 포철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