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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시대 19]PC통신에 글도둑 날뛴다

입력 | 1998-06-11 19:22:00


“15개월동안 쓴 글을 몇분만에 훔쳐갔어요.”

PC통신 하이텔 게시판에 올렸던 내용을 편집해 책을 낸 임혜진씨는 자신의 글을 베껴 비슷한 내용의 책을 찍어낸 모 출판사와 소송중이다.

콩트 생활정보 등을 하이텔에 올려온 이지현씨(ID:lea111)는 한 유료통신업체가 자신의 글을 무단으로 전재하고 있는 것을 발견, 글을 삭제하도록 조치했다.

95년 PC통신 하이텔에 콩트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올린 유일한씨(ID:ilhan)는 1년뒤 자신의 글이 극화돼 TV에 방영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항의를 받은 MBC측은 “시청자 공모에 올라온 글을 채택했다”는 응답. 합의금을 주고받는 선에서 마무리될 때까지 이 사건은 한동안 PC통신 여론광장의 주요 이슈였다.

잡지 출판물 등에서 PC통신 표절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말썽이 나면 표절한 측에서 “이름을 밝혀주겠다”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약간의 수고비를 지급하겠다”며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려하는 게 보통. 공인된 작가와 달리 저작자를 무명인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슈퍼맨…’ 사건을 계기로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등 주요 통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통신작가들은 권익보호단체를 잇따라 결성했다. 그 중 하나인 하이텔통신작가협회 의장 이지현씨의 설명.

“PC통신에 오른 글을 허가없이 베껴 책으로 펴내는 사례가 많아요. 특히 여행 육아 등 생활정보를 편집 수록한 책이 표절이 심합니다. 글을 빌려쓰려면 작성자에게 메일 등으로 연락해서 허락을 받아야 해요. ‘누가 어디에 쓴 글에서 인용했다’고 밝혀야 하고요. 만일 남의 글을 인용해서 돈벌이를 하는 경우라면 허락을 받은 뒤 합의내용을 문서로 남겨놓아야 합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