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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13일 개봉 「위대한 유산」

입력 | 1998-06-11 07:10:00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유행가가 있었다. ‘하면 된다’거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같은 말도 운명은 개척하기 나름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그런데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은 다르다.

“누가 내 인생을 조종하는가.”

주인공 핀(에단 호크 분)의 처절한 독백이 전하듯이, 이 영화는 사람이 결코 자기 인생을 지배할 수 없으며 삶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우연에 의해 달라지는가를 감각적 영상으로 보여준다.

바닷가의 가난한 소년 핀은 그림에 빼어난 재주가 있다. 어느날 그림을 그리다 탈옥한 죄수(로버트 드니로)를 도와주고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대신 그를 사로잡은 것은 부잣집 딸 에스텔라(기네스 펠트로)다. 핀은 오만한 ‘얼음 공주’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숙녀가 된 에스텔라는 매몰차게 핀을 떠나고 그후 7년간 핀은 그림도 포기한채 절망 속에 살아간다. 그런 핀에게 얼굴없는 후원자가 나타나고 그의 도움으로 핀은 화가로 성공하는데….

로버트 드니로 같은 큰 배우가 죄수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눈치빠른 관객은 알아챘을 거다. 열쇠는 그가 쥐고 있음을. 그렇다면 핀에게 위대한 유산, 또는 삶을 이끌어나가는 힘을 남긴 것은 누구일까. 죄수? 에스텔라? 핀 자신, 아니면 단지 우연?

주인공 에단 호크는 자신이 열세살 때 연기를 시작한 것을 예로 들며 “우리가 우리 인생을 콘트롤할 것은 거의 없다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잘라 말한다. 세상에는 자신도 모르는새 자기 인생을 바꿔놓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내 인생을 누가 바꾸어 놓았든, 이 영화는 마술처럼 아름다운 영상을 바라보는 것 이상의 ‘큰 기대(Great Expectations)’는 안하는 것이 안전하다. ‘소공녀’로 호평을 받았던 알폰소 쿠아론감독은 19세기 영국의 대표작가 찰스 디킨스 원작에서 생생한 인물묘사, 날카로운 계급 갈등을 빼고 예쁜 동화같은 영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등장인물들의 의상이나 세트 등 거의 모든 것을 초록색 톤으로 처리한 것도 독특하다.그런데 “논리적 이유는 없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색이니까”라는 감독의 설명은 안듣느니만 못할 만큼 썰렁하다. MTV세대를 위한 고전의 화려한 변신. 13일 개봉.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