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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상암구장이 최선이다

입력 | 1998-04-17 19:28:00


월드컵 주경기장 문제를 둘러싸고 지루하고 소모적인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17일에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 주재로 이 문제를 놓고 관계장관 대책회의가 열렸으나 난상토론 끝에 또다시 최종 결정을 미루고 말았다. 월드컵 준비가 상당부분 진척됐어야 할 상황에서 주경기장 신축 여부를 놓고 시간만 허송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동안 논의과정에서 거론돼온 상암 잠실 인천 등 세 곳의 주경기장 후보지는 각각 장 단점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선택기준은 명확하다. 월드컵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효율성이 가장 높은 장소를 고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거시적이고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단순히 손익계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가이미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파급효과까지 검토해야 한다.

본란이 거듭 지적했듯이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타당한 방안은 서울 상암구장을 신축해 주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주변 기반시설 조성비용을 포함해 4천5백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고 대회를 대회답게 치러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투자’로 볼 수 있다. 잠실경기장 개보수 활용의 경우 비용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올림픽의 기념비적 상징물을 훼손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 2002년 월드컵은 연인원 3백60억명이 TV로 지켜보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다. 큰 틀에서 보아 써야 할 돈은 쓰면서 최대한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당초 17일의 대책회의에서는 상암구장 신축방안을 배제하고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개보수해 월드컵 주경기장으로 사용하거나 인천 문학경기장을 증설해 사용하는 두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암구장 신축론이 강력하게 제기돼 격론끝에 세 곳의 타당성을 재검토한 후 2주 뒤 재론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월드컵 주경기장 문제를 다루면서 정치권 몇사람의 섣부른 판단이나 정치논리로 해결하려는 인상을 주어 왔다. 관련부서는 윗선의 눈치를 보며 ‘편법’을 찾으려다 문제가 복잡하게 얽혔다. 그러나 국가적 사업에 대한 판단은 정치적 접근보다는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 정부는 스스로를 ‘국민의 정부’로 불리기를 원하고 있다. 중요 국사를 국민의 뜻대로 풀어 나가겠다는 뜻일 것이다. 월드컵 주경기장 문제를 푸는 데도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결정하면 된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주경기장 신축 의견이 우세했다.국민다수는 주경기장을 새로지어 월드컵을 남부럽지 않게 치르기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론이나 경제성, 명분측면에서도선택의 방향은분명하다. 상암구장 신축만이 최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