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요란한 구조조정 움직임과는 달리 지난 1년간 현대 삼성 LG 대우 등 주요 그룹의 경우 계열사가 오히려 늘어났거나 별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4월1일 이후 30대 그룹 대부분이 신규투자를 대폭 축소했는데도 부채가 늘어나는 바람에 오히려 자산이 크게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상위 그룹과 중하위 그룹간의 격차가 더욱 커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가 5일 30대그룹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의 자산총액 및 계열사 수 변동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자산기준 재계 1위 그룹인 현대는 계열사수가 지난해의 57개에서 62개로 5개사가 늘어났으며 자산도 약 80조원으로 무려 26조4천30억원이 늘었다. 이는 석수화학 등 7개사가 계열에서 분리된 반면 국민투자신탁증권 등 12개사가 인수 등으로 합류한데 따른 것.
삼성은 작년 상반기 제일제당과 신세계그룹이 법적으로 완전 분리 독립한데 따라 계열사수는 무려 19개사가 줄었으나 부채증가로 인해 자산은 오히려 12조8천5백억원 가량 늘어났다. 삼성은 제일제당과 신세계의 분리를 뺄 경우 순수하게 그룹에서 떨어져나간 계열사는 없다.
LG는 이 기간에 계열사는 3개사, 자산은 무려 14조5천2백40억원이 늘어났다. 대우그룹도 작년말 쌍용자동차를 인수, 계열사수가 32개에서 33개로 증가하면서 자산총액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30대그룹 중 실질적으로 계열사수가 가장 크게 줄어든 그룹은 법정관리를 앞두고 있는 기아그룹으로 작년 28개에서 16개로 줄어들었다.
또 화의상태인 진로도 10개사가 줄었으며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신호도 10개사가 줄어들었다. 이는 재벌들이 부도가 나거나 부도 직전 상황까지 몰려야 비로소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극심한 경기침체로 30대그룹의 신규투자가 거의 동결되었는데도 이 중 자산총액이 감소한 그룹은 고합그룹(3백70억원)이 유일했다. 이는 작년 30대그룹이 자금난을 메우고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자금 조달을 크게 늘린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기아가 부도 이후 30대 재벌그룹에서 이미 제외된데 이어 화의절차에 들어간 진로 뉴코아 해태 등도 제외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동양화학 통일 새한 등 자산규모 2조원 안팎의 중견기업들이 신규 진입, 빈 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 그룹은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편입과 함께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의 규모 및 부채비율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이희성·홍석민기자〉